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에 개교한 정읍 고부중학교. 1978년 24학급에 달하던 고부중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학생 수가 급속히 감소했고 지난 2월 63회 졸업생이 3명에 그쳤다. 급기야 지난 2016년 가을 다음해 고부중 입학희망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교는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두 해 동안 2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고부중에 입학했다. 그동안 고부중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월 8일 고부중학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역의 어려운 형편에 있는 독거노인들께 전달하려는 취지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진행한 ‘지역 보살핌 김장 김치 나눔 행사’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는 그간 학교 교육에 관심을 갖고 힘을 더해주신 지역민을 비롯하여 고부면 지역 인사들도 함께 하였다. 어려운 형편의 독거노인들께 전달할 김장 김치를 담그며, 갓 담은 김치에 따뜻한 수육 한 점을 얹어 먹는 맛깔스러운 자리의 중심 화제는 단연 거듭나고 있는 고부중학교에 대한 것이었다. 

2016년도 2학기 고부중학교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였다. 신학년도 교과서를 주문하기 위해 입학 희망 인원을 학군 내 초등학교에 알아보는 과정에서 고부중학교 입학 희망자 ‘0’이라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이미 소규모학교로 전락하긴 했지만 학군 내 초등학생마저 ‘한 명도 희망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학교장을 비롯하여 모든 교사들이 밤낮으로 뛰었다. 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려 학교 설명회를 하고, 발품을 팔아 학생 집 대문을 두드려 학부모 면담을 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의 마음을 고부중학교로 향하게 하였고, 그 결과 기적적으로 ‘0’에서 무려 ‘아홉 명’의 신입생을 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에도 ‘아홉 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부중학교는 ‘존재’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겸손하게 존재만 하는 작은 학교보다는 시내의 큰 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도농 간의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교과 보충 및 락밴드, 난타, 오카리나, 로봇 레고 등의 오후 방과후 수업은 물론, 저녁 방과후 수업을 실시하였다. 아이들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영어 기초/심화, 수학 기초/심화, 논술, 한국사, 자기 주도 자율학습 등을 교내 교사 및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정규 수업 외 교육활동을 진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끼와 적성을 탐색하도록 돕기 위해 교과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활동, 한국 잡월드 탐방, 영어 마을, 정읍 역사 기행 등을 계획하여 실시하였다. 자유학기 운영에 있어서는 체험형 수학을 비롯하여 거꾸로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며, 다도 예절 수업, 댄스, 난타, 연극, 목공 활동을 주중 자유학기 활동으로, 시 창작 수업과 특수 분장, 로봇공학, 향수와 디퓨져 체험을 고사기간 활동으로 운영하였다.
또한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에 선정되어 4차 산업 사회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체험활동을 비롯하여 소프트웨어 교육을 교육과정 안에 넣어 진행 중이며, 정읍혁신교육특구 특색교육과정으로 요리와 목공예 수업을 하였다. 물론 모든 교육활동 비용은 무료 지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더욱 살리고자 아이들 개개인의 보살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교사들은 일상 수업에서 학생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는 다양한 수업 진행은 물론이고, 민감한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며 수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상의 대화부터 다양한 이야기들로 교장실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원하거나 상담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는 전문 상담교사를 연결하여 필요한 회기만큼 상담을 진행하며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이에 더해, 고부중학교는 지역과 주변 학교와의 연대를 시도하는 한 해였다. 정읍교육청 사업의 하나인 인근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을 통해서였다. 관청초등학교, 고부초등학교, 영원초등학교와 공동 교육과정을 꾸려서 과학 축제, 현장 체험 활동, 오케스트라 관람, 마술쇼, 학예회 지원을 하였고, 교직원 합동 워크숍과 연수 등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 교직원과 함께 지역의 교육 현안에 대한 공유하고, 지역 교육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이를 지속 발전시키기 위해 도교육청 지원 사업인 ‘2018 어울림학교 사업’을 신청해 선정되었다.
‘긍정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다’의 우리말 뜻을 갖는 ‘거듭나다’는 2017년 현재 고부중학교에 적확한 표현인 듯싶다. 2018학년도 신입생도 학군 내 초등학생 12명 중 9명이 지원을 하였다고 한다. ‘0’의 절망이 ‘18’의 희망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러한 희망을 세우기 위해, 변화가 쉬운 것이 아님에도 고부중학교는 지역의 학생들을 품는,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는 고부중학교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인구 절벽을 가장 많이 실감하는 곳은 농산어촌 학교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라북도는 상당수 농산어촌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으며,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미래도 함께 사라질 수 있기에 농산어촌 학교의 존폐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당장 고부중학교 바로 옆의 관청초등학교는 학생이 없어 내년부터 휴교에 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동학농민 혁명으로 유서 깊고 농업으로 풍성한 고부면의 안정적인 미래는  고부중학교가 안정적으로 함께할 때 가능함을 기억하고, 이를 위해 지자체 및 유관 기관의 좀 더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동문 및 지역민의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과 지지를 기대해본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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