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이 언급된 도시, 성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도시. 바로 중동 지역의 예루살렘이다. 거룩한 도시이자 영원한 도시이며 평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은 유다 광야 불모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곳으로 이 도시 이름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전 세계 30억 인구가 이곳을 신앙적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비록 지금은 70여만 명이 사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지만 예루살렘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라는 세 유일신 종교의 성지다. 그러니 지구촌을 대표하는 종교 중심지라고 불러 마땅하다. 거기에 이 도시는 3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역사를 되돌아보면 파란만장하다. 예루살렘은 3000여 년 전 이스라엘 다윗왕이 수도로 정한 뒤 발전을 거듭해왔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식민지로 전락했다가 7세기 이슬람인 칼리프 오마르 1세에게 점령당했다. 이후 이 땅에 살던 유대인들은 유럽 등 세계 각지로 흩어져 살았다. 십자군 원정 때는 한 때 기독교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이스라엘인들이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 들어와 1948년 나라를 세웠다. 이 때 예루살렘은 절반은 이스라엘에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요르단에 속하게 됐다.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공동의 도시로 규정했다. 다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점령하고 자신들의 수도로 삼았다.
  이 과정서 이스라엘과 이슬람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테러와 보복이 반복되는 가운데 수많은 희생자들을 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탐욕, 배타적 감정 등이 뒤섞여 평화의 도시가 아니라 유혈 도시가 되고만 것이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곳으로 옮긴다고 발표해 온 세계가 벌집 쑤신 듯 소란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이번 조치가 중동평화를 깨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유엔 안보리와 아랍연맹, 유럽 5개국 등 곳곳에서 미국의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인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도 격렬 시위에 들어가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적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 불이 붙은 셈이다. 트럼프의 결정은 결국 중동 평화를 해치고 지역 안정을 흔드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동은 다시 대규모 유혈사태로 얼룩질 게 분명하다. 평화의 도시에 언제 평화가 깃들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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