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각국은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세금을 많이 걷어 저소득층을 위해 많이 지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유럽 복지국가들은 고율의 세율을 적용해 가능한 많은 재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결국 거대정부를 탄생하게 했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이를 시정하고자 한 것이 바로 감세정책이다.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 대처 정권이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써서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다.
  레이건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바로 감세였다. 그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내렸다. 이 정책은 처음에는 제대로 효과를 냈다.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경기는 활성화됐다. 문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재정적자 폭이 폭증하는 것이 정부 당국을 괴롭혔다. 거기에 기대했던 세수 증가 효과는 생각 밖으로 적었다. 뿐만 아니라 부자감세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정책은 그래서 절반의 성공이라고들 한다. 후임 대통령들은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초점을 두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은 복지 수준과 세율의 정도다. 진보 측은 세금을 늘려 정부재원을 많이 확보한 후 이를 복지 수준 향상에 대거 투입하려 한다. 복지를 강조하면 증세가 불가피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담이 무거워진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이 이른바 큰 정부다. 반면에 보수 측은 세금을 낮추고 이에 맞춰 복지 수준도 내린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을 적어지고 시장의 힘이 커진다. 작은 정부가 보수 측이 추구하는 모델이다.
  그러니까 감세를 적극 추진한 레이건 행정부는 보수주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법인세 인하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이 하원에 이어 최근 상원을 통과해 곧 입법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개편안은 현행 법인세율 35%를 20%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해 미국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기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폭적인 감세를 놓고 일각에서는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부유층과 대기업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중산층과 중상위 계층에 실제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레이건 행정부 때 벌어진 대규모 재정적자 등의 사태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감세 정책은 이미 일본이 따라할 태세고 한국도 같은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이 오래된 논쟁이 어떻게 결론을 낼지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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