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쓰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중대한 제안을 했다. 분산 네트워크형 가상화폐를 만들자는 것이다. 당시는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쓰는 시기라 중앙 집중형 기존 화폐에 대한 불신이 높을 때였다. 이 가상화폐에는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리적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였다. 즉 기존 화폐의 가치가 등락을 거듭하자 보다 이상적인 가상화폐를 구현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핵심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중앙 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새로운 화폐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화폐의 창출 과정은 흔히 광산업에 비유된다. 즉 어려운 수학문제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풀어서 비트코인을 생성하는데 이를 마이닝 즉 채굴이라고 하고 직접 만드는 사람을 마이너 즉 광부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은 2100만개로 한정돼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통화 공급량을 조절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거래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누구나 비트코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지갑’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뱅킹을 하듯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인터넷 환전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현금화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외 송금이나 소액결제와 같은 거래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안 화폐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취약점도 있다. 우선 해킹과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고 불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미국이나 독일 등지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이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 전 드디어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 960달러였던 데 비하면 폭발적인 상승세다. 11개월 만에 무려 940%나 급등한 수준이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상승세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7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가상화폐 시장규모가 아직 세계 금융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18년 말쯤이면 단위당 가격이 4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가상화폐는 사기라고 평가절하 했고 블랙록 창업자 래리 핑크 역시 ‘돈세탁의 지표’라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 유독 비트코인 열풍이 거세다는 점이다. 거래량은 세계 1위고 10대 거래소 중 3개가 한국에 있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처럼 당국이 손 놓을 처지가 아님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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