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기 전 이성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로 하여금 무엇이, 어떻게 왕을 꿈꾸게 했을까.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단장 조통달)이 정기공연 및 지역순회작으로 올리는 ‘청년 이성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익산과 전주에서 열리는 작품은 지난해 국악원 개원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대표공연의 연장선상이지만 이성계라는 소재를 제외한 대본, 연출 등 모든 걸 바꾼 신작이다.

영웅이기 앞서 인간이었던 이성계의 고뇌와 회환을 다루던 전과 달리 탄생과 성장을 담는다. 자신의 뿌리를 깨닫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위대한 걸음을 내딛는 청년 이성계를 모두 11장에 걸쳐 선보인다.

청년 이성계가 원나라 총관부 지배를 받는 회령부 지배층으로 태어나 아무런 고민 없이 살다가 한 사건을 만나 고려인으로서 자각 및 각성하고, 원나라 총관부 지배를 물리치고 고려 개경 위기에 거병한다는 줄거리.

소년다운 모험심, 반항심, 이성에 눈뜨는 사춘기 등 풋풋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녹이며 고려인으로서 자각하는 모습을 통해 치열한 정체성 고민을 보여준다. 창극이 가지는 유희와 풍자, 연희는 대폭 살린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기존 인물사극이 갖는 무거움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연출은 맡은 오진욱은 “첫째도, 둘째도 젊어지는 게 목표라 나부터 변해야했다. 제작초기부터 분야별 협업하는 공동제작체계를 구축해 의견을 절충했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작창은 ‘5관청 고정’이라는 창극의 기본 청(key)을 탈피하고 작곡가의 편곡 어법을 활용, 주요인물인 남창의 청에 집중한다. 다양한 악조도 활용하는데 계면을 포함한 우조 및 평조, 경제와 서도소리제, 가곡 악조를 사용한다.

청년 성계는 덜렁제로 즐거움을 끌어내고 우조로 세상에 고한다. 당찬 여인 한 씨는 진중한 계면조와 위트있는 경제로 사랑을 담아내며 그들을 바라보는 일월의 입에서는 서도소리 로맨스가 흘러나온다.

안무는 소리를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발림과 너름새를 최대한 사용한다. 무대는 소박하고 따뜻하지만 힘 있는 민화 느낌이다.

대본은 오은희, 연출은 오진욱, 작곡과 작창은 홍정의 박인혜, 안무는 박이표다. 이성계 역은 박현영, 아내 한 씨 역은 최현주 고승조다.

공연은 29일 저녁 7시 3분 익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2월 8일 저녁 7시 30분과 9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최한다.

신동원 전북도립국악원장은 “국악원 예술단이 내년이면 창단 30주년을 맞는다. 경사스런 큰 매듭을 짓기 앞서 예술단 역량을 모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창극에 참관해 애정 어린 격려의 박수를 보내 달라”고 밝혔다.

전석 무료. 문의는 익산 063-859-3254, 전주 063-290-5539./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