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마냥 시리지는 않을 거 같다. 여기저기 소극장들을 돌며 우리네 사는 얘기에 귀 기울인다면 말이다.

(사)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회장 정두영)와 제25회 전북소극장연극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정진권)가 주최, 주관하는 ‘제25회 전북 소극장 연극제’가 오는 지난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전주와 익산 등지에서 진행 중이다. 모두 6개 극단이 참여하는 가운데 지역 안팎 축하공연도 잇따른다.

 창작극회는 26일(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까지 창작소극장에서 축하공연 ‘두 발은 나쁘고 네 발은 좋다’(조지오웰 작/ 박규현 연출)를 선보인다. 월요일 공연 없음.

 동물 농장에서 평소 소홀한 대우를 받던 가축들이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호소에 힘입어 반란을 일으킨다는 줄거리는 오늘날 사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이 최초 설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권력자 또는 이익집단의 유불리와 호불호로 왜곡되고 변형됨을 보여준다.

문화영토 판은 12월 2일(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까지 소극장 판에서 문화영토 ‘콘트라베이스와 플롯’(하일호 작/ 홍자연 연출)을 올린다. 화요일 공연 없음.

만남, 소통 등 끊임없는 관계 맺음으로 되레 건조해진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콘트라베이스와 플루트를 소재 삼는다. 크기와 소리의 웅장함만큼 존재감 있는 콘트라베이스와 아기자기한 음색으로 잔잔함을 주는 플루트는 소통과 인연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타 지역 축하공연도 있다. 제주도 극단 가람은 같은 날 오후 7시 아하아트홀에서 퓨전 마당극 ‘제주이야기’(이상용 작·연출)를 펼친다. 해외로 찾아가는 탐라문화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히가시나리 구민센터에서 재일 제주도민들에게 소개한 창작극이다. 1장 제주 춤부터 8장 탐라의 탄생까지 제주가 대대손손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는 평화의 섬이 되도록 한라산 여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노래와 춤이 이어진다.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12월 2일부터 12월 17일까지(평일 오후 7시, 주말 오후 5시) 익산 소극장 아르케에서 ‘빈 방 있습니까?’(한유경 각색/ 이도현 연출)를 꾸린다. 성탄절을 앞두고 연극을 준비하던 교회 연극반 교사는 지진아 덕구에게 “선한 의도는 진통을 겪지만 열매를 맺는다”는 가르침을 주고 이로 인해 덕구는 약점을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극단 자루는 12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소극장 판에서‘달빛 블루스’(오지윤 작·연출)를 선보인다. 꿈, 선택, 후회를 수없이 반복하는 아주 뻔한 사람들을 보며 인생을 되돌아보고 점검해볼 수 있다. 행복은 손에 닿는 가까운 곳에 있음도 깨우칠 수 있다.

극단 명태는 12월 21일부터 12월 30일까지(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아하아트홀에서 작품 ‘프로포즈’(안톤체홉 작/ 최경성 연출)를 풀어낸다. 명태의 시선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모든 인간들이 의미 없이 다투고 또 다투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보여준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 사소한 다툼으로 한동안 거리를 두고 지내온 사람들과 화해할 수 있는 계기도 던진다.

문의 063-277-7440./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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