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 성장과 넘치는 상품과 소비가 더 이상 우리 삶과 미래를 풍요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이제 앞만 보고 달리는 성장과 생산 그리고 마치 지구를 집어삼키듯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과소비가 우리를 살 맛 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허망한 것이 되고 있다.”
  존 더 그라프 등이 쓴 ‘어플루엔자’라는 책의 일부다.
  현대를 소비사회라고들 하는 데 그에 대한 우려가 담긴 시선이 느껴진다. 소비사회는 한 마디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 한다’는 말로 축약될 수 있다. 소비가 우리 삶을 점령해버렸다는 게 역연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이제 의식주 등 기본적인 욕구 외에도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소비를 통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
  물론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소비 행위 없이 행복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소비의 질이 삶의 질이고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끝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을 염두에 둘 때 소비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뜬 구름 잡기란 반론이 더 설득력이 있다.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친구로부터 진홍빛 실내 가운을 선물 받았다. 그런데 이 가운을 입고 보니 낡고 오래된 책상이 눈에 띠었다. 이내 책상을 새 것으로 바꿨고 이번에는 의자가 맘에 안 들어 의자를 바꿨다. 이런 식으로 디드로는 온 방안 집기들을 모두 새로 사야 했다.
  이를 디드로 효과라고 하는 데 소비의 허망함과 치명적인 유혹을 말해주는 일화다.
  일본의 20-30대 젊은이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 논란이라고 한다. 일자리가 넘치고 소득 수준이 훨씬 나아졌음에도 젊은이들은 소비 보다는 저축을 택한다는 것이다. 일본 소비자청이 발행한 소비백서는 “젊은이들이 소비에 소극적이거나 관심이 없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생활잡지 생큐!는 자사의 인기 기사 변천을 조사한 결과 라이프 플랜, 교육자금, 노후 생활이란 키워드가 최대 관심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은 현재 소비를 즐기기 보다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것이다.
  사실 이 시대 트렌드는 능력에 넘칠 정도로 소비를 하는 쪽이다. 현대인들은 소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국민경제 입장에서도 소비가 활발해야 경기 선순환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본의 기업과 정부가 고민이 큰 모양이다. 하지만 근검 절약 같은 전통 덕목은 절대 폐기해서는 안 되는 미덕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예는 깊이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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