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공급 과잉으로 산지폐기가 고려되고 있는데, 고추값 급상승으로 주부들은 김치 담그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식당들도 고민은 깊다.
전주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60)는 "여름까지 kg당 7천원 하던 건고추 소매 가격이 11월 들어 1만8천원까지 오르고 있다"면서 "청양고추를 섞어야 김치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배추 100포기만 김치를 담그려 해도 고춧가루 가격이 최소 8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푸념한다.
A씨는 "가족이 먹을 김치도 담기 어려울 정도로 고추가격이 올랐다"며 "수백포기 김치가 필요한데, 양념값이 너무 비싸 중국산 김치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 반찬가게에서도 김장김치 가격은 크게 올랐다.
매년 반찬가게에서 김장김치를 주문하는 전주시 주부 L모씨(52)는 "최근 이 가게에 김치 10포기를 주문하려 했더니, 양념값 등을 이유로 20만원을 요구했다"면서 "이는 작년보다 2~3배 비싼 가격이다. 올해는 친척집에서 김치를 얻어야 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주지역 김치 가격은 절임배추 가격 비중이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양념값으로 채워지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채소동향'에 따르면 11월 중순(11~16일) 배추 가격은 10kg당 작년(9,200원)과 평년(5,630원)보다 낮은 4,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김장수요가 증가하며 조금 상승한 가격인데, 이번주부터 남부지역 배추가 본격 출하되면서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경연은 공급 과잉이 심할 경우 산지에서 일부 폐기하는 경우도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김장철 원재료 비중에서 2% 정도를 차지하는 건고추 가격의 상승으로 김장김치 담그는 비용이 크게 늘어 정작 주부들은 김장 담그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산 고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2만8,329ha이고, 생육 또한 나빠 건고추 생산량은 전년대비 25~28%, 평년대비 35~37% 감소한 6만1,000~6만4,000톤으로 추정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600g당 4,438원이었던 산지 건고추 가격은 올해 10월 1만2,015원에 거래됐고, 도매가격도 5,892원에서 1만3,938원으로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건고추 소매가격은 11월 kg당 전년대비 3배 오른 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7~12포기 정도의 20~22kg 절임배추가 1만8,000원~3만원에 거래되고, 대파·쪽파·생강·청갓·미나리·멸치젓·굴·천일염 등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내린 가격에 거래되는데, 새우젓과 고춧가루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김장가격은 20만원 정도로 오르는 것이다.
한편, 임실군 고추생산농가 K모씨(59)는 "풍년이면 가격 폭락으로, 흉년이면 중국산 공습으로 제가격을 받지 못했다. 또 농촌 고령화 및 일손 부족으로 고추농사를 포기했는데, 올해는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면서 "내년에 다시 고추를 심어야 할 지 결정이 어렵다"고 푸념했다.
지난 2015년까지 임실군은 2,000ha에 가까운 고추농사 주산지였으나, 올해는 500~600ha로 규모를 크게 줄이며 고추 주산지임을 포기한 바 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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