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자기 힘으로 하는 것이 없다. 무력에서도 문명이라는 점에서도 자기 힘으로 이룬 바가 없다. 그래서 늘 큰 나라의 눈치를 보고 큰 나라를 따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 모욕적인 언사는 일본의 역사학자 시라도리의 말이다. 그는 한 마디로 한국인을 열등민족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렇게 일제 강점기 한국의 식민지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 역사와 민족을 깎아내리는 태도를 식민사관이라고 부른다. 식민 사관은 우리 민족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다. 당연히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작된 역사관임이 분명하다.
  식민사관은 핵심은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이다. 타율성론이란 한국이 역사를 스스로 주체적인 역량으로 전개시키지 못하고 중국이나 몽골, 만주, 일본 등 주변 외세의 간섭과 힘에 의해 좌우됐다는 견해다. 거기서부터 반도적 성격론이니 사대주의론이니 하는 주장들이 나왔다. 또 정체성론은 한국이 능동적으로 역사를 전개하지 못하다 보니 사회경제적으로 정체되고 낙후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사에서는 중세가 없으며 그런 탓에 조선조가 10세기 일본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억지를 부렸다.
  이밖에도 한국과 일본이 같은 민족의 뿌리라는 일선동조론이나 당파주의 등 온갖 몹쓸 이야기들을 식민사관은 조작해내고 있다.
  물론 우리 사학계도 강력한 반론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정체성론에 대해서는 내재적 발전을 통해 한민족의 주체적 발전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맹아론도 이에 속한다. 한국에도 고려조가 중세였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민족사관을 갖고 있는 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일제의 식민사관을 퇴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하대 고조선 연구소의 조선사 연구팀이 최근 고려 국경선은 중국 요하 지역에 있었을 것이라는 파격적 주장을 했다. 흔히 알고 있는 서쪽 압록강 하구에서 동쪽 원산만까지의 고려 국경은 식민사관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려사를 비롯해 국내외 기록을 검토한 끝에 내놓은 결론이다. 일제는 우리 역사를 축소하기 위해 고려 국경을 한반도 중남부로 한정했다는 게 연구 결과 밝혀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식민사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사학계의 주류는 일제하에서 식민사관에 입각한 역사 서술을 하던 ‘조선사 편수회’ 출신이거나 그 제자들이다. 민족사학자들은 방계에 머물러 있다. 역사에 깊은 조예가 없는 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식민사관 영향아래 있다. 이번 고려 국경선에 대한 새로운 견해는 이런 견지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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