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복원 공사가 마침내 오늘 그 첫 삽을 뜬다. 잃어버린 전라도의 자존과 영광을 되찾기 위한 전라감영 복원사업 공론화가 시작되고 10여년만의 일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영욕을 함께해온 전라감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100여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감동마저 없지가 않다.
  전라감영은 멀리 제주도까지 현재의 전라남북도 일대를 관할하는 국토 서남부 지방행정의 중심이었다. 풍부한 물산을 배경으로 조선 팔도 지방감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번창 했던 감영이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는 조선 팔도 중 유일하게 육지와 바다서 일본 침공군을 물리쳐 국토를 보존하고 국가를 수호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약무호남 시무국가’란 역사적 평가를 남긴 긍지의 전라감영이었다.
  전라감영이야말로 전라도의 자존과 영광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전라감영이 국권 상실로 빛을 잃었고 일제에 의해 제주도와 전라남북도로 나뉜 뒤 왜소해진 전라북도청이 자리 잡았다가 그마저 이전하고 폐허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복원으로도 번창했던 전라감영의 본래 위용을 그대로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원래 전라감영에는 전라감사 집무실인 선화당을 비롯 모두 25개 건물이 즐비했었으나 그 중 7개 건물만 복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전라감영 복원 착수가 단순한 옛 건물 재현만이 아니라 빛바랜 전라도의 자존과 영광 복원의 새 출발이라는 점에서 여간 고무적이지가 않다.
  때마침 내년 2018년에 전라도 정도 1천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는다. 전라남북도지사와 광주시장이 전라도민과 함께 여기서 뜻 깊은 전라도 천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그만으로도 의미가 여간 크지가 않다.
  전라감영 복원이 건물 복원을 통한 단순한 옛 모습의 재현에만 그치지 않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전국의 옛 감영도시들 중 복원 감영이 박제(剝製)화 되어 복원의 의미를 상실한 사례가 없지 않다.
  경기전 전주향교 수준의 복원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방문객들이 복원 전라감영에도 넘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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