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에서 철을 생산하는데 한 · 예 · 왜가 모두 와서 철을 얻어간다. 장사 지낼 때는 철을 사용하는데 이는 마치 중국에서 돈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또 철을 두 군(낙랑 · 대방)에 공급 한다”
  중국 사서 위지 동이전의 한 대목이다. 여기서 국은 문맥 상 가야가 위치했던 변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즉 고대 철기 문화하면 바로 가야가 떠오를 정도로 가야에서는 철이 발달했다. 가야는 원래 기원 전후에서 562년까지 존속한 연맹체 왕국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가야는 전성기 때 22개 소국으로 구성됐다. 선진적인 철기 문화를 앞세운 가야 국력은 한 때 고구려 · 백제 ? 신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성 했다. 
  그런데 최근 전북 지방에서도 가야 제철 유적을 비롯해 고분과 봉수 유적 등이 대량으로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에서 확인된 가야 유적은 장수와 남원 운봉 지역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장수 가야는 고분 200여기를 비롯해 40여 개의 제철 유적, 80여개소의 봉수 유적이 확인 됐다. 이는 장수와 남원에 가야계 소국이 존재 했다는 증거다. 이를 뭉뚱그려 전북 가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장수 가야의 고분군은 특히 주목 대상이다. 장수 동촌리에서는 그간 수차례 발굴에서 수혈식 석곽분과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이미 이곳은 전북도 기념물 132호로 지정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유물들로 미루어 이곳에는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닌 수장급이 다양한 부장품과 함께 묻힌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수 가야는 금남호남정맥이 백제의 진출을 막고 대규모 구리와 철의 산지가 산재하는 등 지정학적 위치 면에서 탁월해 상당한 규모의 소국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소국은 6세기 백제 무령왕에 의해 정벌됐다는 게 정설이다.
  얼마 전 장수 동촌리 고분의 한 무덤에서 6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구와 토기가 대량으로 발굴됐다. 장수군과 전주문화유산연구소에 따르면 이 고분에서는 말의 재갈과 말띠고리, 발걸이 등이 나왔다. 이는 고령이나 합천 등 가야계 고분에서 발견된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 또 함께 발굴된 토기는 대가야와 소가야,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이에 따라 피장자는 가야 수장층 인물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 복원 사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특히 경상도 쪽뿐만 아니라 남원 등 호남 지역에까지 영역을 넓혔던 가야를 언급했다. 그동안 무관심과 망각 속에 묻혀 있던 전북 가야가 일단 수면 위로 부상한 셈이다. 이번 수장 무덤 발굴은 그런 견지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 더 많은 예산과 집중적인 연구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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