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의 양분은 식물은 물론 동물의 생육에 많은 영향을 준다. 조선시대에는 화산회토에서 살아온 과거 일본사람들의 체격이 작다하여 왜인(倭人)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의 화산회토에는 알미늄이 많아 인산을 불용화시켜 인산함량이 낮은 목초가 생산됐다. 이런 목초를 먹고 자란 말은 뼈가 잘 자라지 못한 결과 ‘제주조랑말’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인산질 비료를 적절히 활용해 목초의 낮은 인산함량 문제는 해결됐다.
식물이 겪은 흙 맛은 우리의 입맛으로도 연결된다. 시설딸기는 토경재배와 흙이 없는 고설재배로 생산되고 있다. 토경딸기에 비해 고설딸기는 난방관리만 잘하면 되고, 식물검역상 토양선충문제도 없어서 일부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고설딸기는 동남아 수출용에 국한되며 내수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고설딸기보다는 토경딸기가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태계의 생산자 역할을 하는 식물은 대부분의 영양소를 흙에서 흡수한다. 생태계의 소비자인 동물은 식물을 섭취하므로 결국 ‘몸과 흙은 하나다’라는 말(身土不二)이 나온 것이다. 과거 우리 땅은 비료를 사용하지 못해 척박했고, 한국인들의 체격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토양비옥도가 증진되고 식생활도 서구화되면서 우리 한국인들의 체격은 거대해졌고,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에서 서구인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다. 토양개량으로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을 중심으로 식생활이 개선된 덕택이라고 본다.
토양은 농작물이 숨을 잘 쉴 수 있고, 물을 잘 머금을 수 있으며,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개량돼야 한다. 즉 흙을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먼저, 물리적으로 건강한 흙이란 홑알 구조가 아닌 떼알 구조를 가진 흙으로서 물과 공기의 통로가 잘 발달된 흙을 일컫는다. 공기와 물은 불가분의 관계로서 물이 없이 공기만 많으면 말라죽고, 반대로 공기가 없이 물만 많으면 습지가 되어 토지이용이 제한된다. 물리성 개량을 위해서는 관개와 배수기반 정비, 볏짚 등을 넣고 땅 갈기, 호밀 등 녹비작물 재배, 과수원의 심토파쇄 등이 필요하다.
화학적으로 건강한 흙은 생태독성물질 함량은 기준치 이하이며 유용한 양분은 적정 함량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흙의 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는 수은에 의한 미나마타병과 카드뮴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 외에도 최근 DDT에 오염된 흙에서 자란 닭의 계란 등이 있다. 잘못된 비료사용도 흙의 건강을 해친다. 화학적으로 건강한 흙을 만들려면 토양환경보전법상의 폐기물은 농경지에 투입을 금지하고, 흙토람의 비료사용처방서에 따라 알맞게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흙이란 각종 미생물과 곤충류, 조류 등의 동물, 식물 등 수많은 생물체가 서식하면서 하나의 동적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흙을 말한다. 이런 흙에 들어 있는 동물의 사체, 죽은 식물의 뿌리 등은 미생물의 무기화작용(Mineralization)을 통해 한줌 흙으로 돌아가며 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생물학적으로 건강한 흙일수록 원활한 물질순환, 즉 자연정화능이 우수해진다.
흙의 건강은 농산물의 안전성과 영양성, 기능성, 식이선호성에 영향을 준다. 건강한 흙에서 얻은 농산물이 밥맛도 좋다. 예로부터 밥을 먹는 것은 중요한 일로 여겨 식사(食事)라고 했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면 인정도 깊어지고 협업도 잘된다. 지금껏 우리는 흙에서 농작물을 길러 식량과 의약품 등을 얻어왔다. 그래서 ‘농식품과 약품의 근원이 같다’(食藥同原)고 했다. 농식품과 약품의 근원지인 흙을 잘 가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건강을 증진시키는 길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이덕배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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