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A씨는 하루 12시간 근무하면 그 중 4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책정돼 임금에서 제외된다. 그는 휴게시간에 해당하는 4시간도 근무의 연속이라고 주장한다.

A씨는 “휴게시간이라 해서 어르신들이 용변을 안 보는 게 아니고, 침대에서 안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며 “어르신들을 돌보고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결국 말뿐인 휴게시간이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비롯한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가 휴게시간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측은 임금에 산정되지 않는 ‘휴게시간’에 해당해 비용 지불이 어렵다는 반면, 요양보호사들은 업무 특성상 근무 및 휴게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대기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대기시간은 근로기준법상 근무시간으로 책정돼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신세계 윤상희 공인노무사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12시간 2교대 근무가 주를 이룬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8시간을 근무시간으로, 4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구분한다”며 “하지만 근무시간과 휴게시간 구분이 명확한 생산직과 달리 요양보호사는 근무와 휴게시간을 구분 짓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휴게시간을 대기시간으로 볼 근거가 상당하지만 이를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도의 기준 없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탓에 노동부에서도 같은 진정이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전주, 정읍, 남원, 완주, 임실, 순창, 무주, 진안, 장수 지역을 관할하는 전주고용노동지청에 한 해 100건이 넘는 진정 및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전주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2014년 148건, 2015년 114건, 2016년 112건, 올해 현재 83건 등 최근 4년 새 457건의 진정 및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78건(2014년 40건·2015년 25건·2016년 12건·2017년 1건)에 대해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전주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휴게시간을 놓고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한 진정 및 신고가 요양보호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며 “민원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8월 요양병원 사업주 및 사용자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앞으로도 교육과 단속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는 의료법에 적용되는 요양병원 84개소와 노인복지법에 따르는 노인요양시설 165개소 등 요양시설 249개소가 운영 중에 있다. 국가자격증으로 전환된 2010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전북 지역에선 6만3379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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