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때? 누군가 물어주는 안부에는 상대를 위한 배려가 담겨있어 따뜻하다.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철창 넘어, 울타리 넘어 그들에게 물어 본 적이 있는가? 그곳은 어떠냐고...
전주시가 동물들을 가두어 둠으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자 동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같은 방향, 같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 그 여정을 따라가 보자.

△ 언제나 그곳에서 아낌없이 주었다.
덕진공원 연못을 끼고 동쪽으로 1㎞정도 가면 축구장, 배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을 갖춘 체련공원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나온다.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전주 동물원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지난 1978년 6월 10일 개원한 전주동물원(면적 12만6,000㎡)은 지방동물원으로는 유일하게 호랑이, 사자, 기린, 하마, 들소, 큰뿔소, 침팬지, 캥거루 등 동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희귀동물인 반달가슴곰, 재규어 등 총102종 610여 마리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원이 집인 동물들에게 집은 결코 편안한 휴식처가 되지 못하였을 터, 같은 공간인 동물원에서 느끼는 시민과 동물의 콘트라스트는 강하기 그지없다.

△ 전주시, 민선6기호가 꿈꿔온 아름다운 동행
동물들에게 생태보금자리를 주기 위한 민선6기호의 꿈의 항해는 이미 시작됐다. 생태동물원 조성은 현 동물원의 콘크리트 등 인위적인 시설물을 제거하고 사육 면적을 넓혀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동물원의 주인인 동물들이 지내기 좋은 살아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에 동물생태관리, 조경 등 생태분야 전문가와 환경단체,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이뤄진 다울마당(거버넌스)을 구성해 워크숍, 회의, 선진지 벤치마킹 등을 추진,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전주생태동물원’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완성했고, 본격적으로 대장정에 나섰다.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전주생태동물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전주생태동물원’ 이라는 주제로 동물에겐 고향의 숲, 사람에겐 배움이 있는 힐링 숲을 조성하기 위해 동물사를 ▲토종동물의 숲 ▲초원의 숲(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숲, ▲종보존 존, ▲조류원 존, ▲원숭이원 존, ▲곰·맹수 존, ▲초식동물 존, ▲열대우림 에코돔, ▲ 아쿠아리움 등 10개의 테마구역으로 재배치 중이다.

먼저 큰물새장(’15년 11월) 환경개선 공사를 완료, 조류별 개체에 맞는 수목 등을 식재하고, 보금자리를 자연서식지와 유사하게 조성해 활발한 번식활동을 유도했다.

또한 사자·호랑이사(’16. 5월) 늑대사(’17. 5월)의 시설환경 개선공사를 완료해 활동공간을 2배로 늘렸고, 동물들의 생태특성에 맞는 다양한 행동 풍부화 시설을 구축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울러 쇠창살과 시멘트 바닥 등 가장 열약한 환경으로 인해 슬픈 동물원을 상징해 온 곰사의 경우 총 면적을 10배 이상 확장해 곰들의 생태특성에 맞는 물웅덩이와 통나무 등 다양한 행동 풍부화 시설을 겸비하고자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2018년에는 시베리아호랑이사와 원숭이사도 자연친화적인 생태보금자리로 변화시키고자 설계용역을 실시 중에 있다. 

△ 동물이 주인인, 동물의 복지가 먼저인 동물원
이와 함께 야생에서 직접 먹이를 구하 듯 먹이를 이곳저곳 숨겨놓는 등 직접 급식을 지양하는 먹이풍부화, 그네, 밧줄, 공, 선물상자, 고리걸이, 인형, 주사위 등 놀이기구 설치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풍부화, 포식자 울음소리를 통한 생존 전략 기르기, 후각을 이용한 먹이 찾기의 감각풍부화, 무리 생활하는 동물들에게 같은 종끼리 무리를 이뤄 주고 무리내 따돌림 대피 피난처 등을 마련해주는 사회성 풍부화 등 동물행동풍부화를 추진해 동물복지 실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행동풍부화란 활동량이 많은 야생동물이 좁은 공간에 장시간 갇혀 있음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 그로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정형적인 행태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별 특성학습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동물치유쉼터(동물병원)를 신축해 혈구분석기, 생화학분석기, 원심분리기를 구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게 됐고, 구제역·Al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체계 강화, 정기적인 예방접종과 영양제 및 질병예방제 투약을 실시하는 등 동물의 건강수명을 증진에 기여했다. 한편, 전문 교육을 이수한 15명을 동물생태해설사로 위촉하고, 오전과 오후 각각 한차례씩 주요 동물사를 순회하는 동물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해 동물의 본성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교육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동행 길, 온전히 그대를 위한 배려이길...
동물을 위한 배려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지난해 여름 쌍둥이 아기 호랑이가 탄생했다. 전주시민들은 쌍둥이 아기호랑이의 100일을 기념해 ‘천둥’과 ‘번개’라는 멋진 이름을 선물했다.
이제 천둥과 번개도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마음으로 동행 길에 올랐다.
시민의 휴식을 위해 안방을 기꺼이 양보했던 동물들을 위해 준비한 생태동물원 이라는 큰 그림의 마지막 온점이 찍힐 쯤엔 전주 동물원 곳곳에서 새끼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것이라 기대해 본다./김선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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