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끼니에 안부를 묻는다’
  전북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작가들이 소설집 <마지막 식사>(예옥)를 펴냈다.
  이 소설집은 음식을 다루지만 맛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무수히 쌓아가는 삼시 세끼. 매번 다를 수도 그렇다고 같을 수도 없는 식사. 그중에 오늘 식사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마지막 식사>는 작가 자신들의 식사에 대한 기억을 풀어가는 작품집이다.
  이광재 ‘먹을 만큼 먹었어’ 정도상 ‘청국장을 끓이다’ 장마리 ‘한 가족 따로 밥 먹기’ 황보윤 ‘모니카, 모니카’ 차선우 ‘초대’ 김소윤 ‘장마’ 한지선 ‘4월이었을까’ 김저운 ‘마지막 식사’ 등 8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계란프라이, 매실장아찌, 김치찌개. 벌써 군침이 돈다. 귀하고 값진 음식이라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의 밥상에나 있을 법하지만, 세상의 밥상의 수만큼이나 다른 맛을 가질 법한 음식. 김치찌개는 모두의 음식이지만, 모두다 각자 나름의 ‘그’ 김치찌개 맛을 고집하는 음식이다. 우리는 그런 음식을 매일 먹고 산다. 소설에 따르면, 계란프라이는 속죄의 맛, 매실장아찌는 구원의 맛, 김치찌개는 복수의 맛이다. 거창할 것 없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속죄와 구원과 복수를 갈망하지 않는가. 바로 그것.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른 사연을 가진 것. 소설들은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밥상을 각자의 이야기로 차려낸다.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가족은 있어도 식구는 없는 세상이다. 그러한 세태를 그린 소설이 장마리의 ‘한 가족 따로 밥 먹기’다. 소설은 예순네 가족의 식사를 별 다른 설명도 없이 조용히 관찰한다. 소설은 여섯 명 가족의 삼시 세끼 그러니까 열여덟 번의 식사를 그린다. 온갖 궂은일을 하느라 라면도 제대로 못 먹는 경비 할아버지, 선배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남은 반찬으로 점심을 때우는 사회 초년생,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중년 가장의 삼겹살 구이, 식당 아주머니들의 하루치 고달픔이 배어 있는 소주 한 잔. 소설이 그려내는 열여덟 번의 끼니는 하나쯤은 나의 것, 또 하나쯤은 내 아버지, 동생의 것일 수밖에 없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삶 그 자체이다.
  차선우의 ‘초대’는 경쾌하고 발랄한 복수극이다. ‘나’는 김치찌개를 끓이는 중이다. 초대 손님을 맞기 위하여. 손님은 다름 아닌 남편과 그의 내연녀. 남편의 직장을 따라 멕시코에 온 ‘나’는 한국인 교포 희린의 도움을 받는다. 남편의 직장에 통역이 필요하다고 하자 ‘나’는 망설임 없이 희린을 추천했다. 남편과 희린은 깊은 관계가 되고, ‘나’는 우연히 남편의 핸드폰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러나 어찌해야 할 것인가. ‘나’에겐 지키고 싶은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고, 부모의 기대가 있다. 더불어 남편이 가져다주는 안정된 생활이 있다. ‘나’는 ‘적’을 곁에 두기로 한다. 곁에 두고 지켜보면서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모른 체 하는 것. ‘나’에게 복수는 그저 양념 같은 것이다. 오늘 ‘나’는 김치찌개에 그녀의 소변을 좀 섞었다. 손님들은 육수에 감탄하면서 잘도 먹는다.
  김양호 소설가(숭의여자대학교 교수)는 “소설집은 섭식장애에 걸린 소녀의 고통에 대한 연민, 대구탕, 돼지고기 들어간 청국장, 매실장아찌, 브리야니, 멀리 멕시코에서 먹는 김치찌개, 한 가족이 단 한 번도 다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없는 현실까지를 음식에 담아 지면으로 불러낸다”며 “화목하게 둘러앉아 일가족이 먹는 밥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집이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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