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서약서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약서는 개인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기재내용을 따르겠음을 표현토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를 제약함에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현장실습 학생들의 서약서 작성 중단을 교육부와 14개 시·도교육청에 권고했다.
지난 1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세상을 등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 양의 비극은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앳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이 일반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 서비스 업무에 투입 됐었고 결국 이런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 홍 양이 결국 비극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 홍양의 사례는 오랬동안 수면 아래 숨겨져 왔던 일이였지만 관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보다는 학교와 기업체 관계자들이 관행처럼 서약서를 작성하고 학생을 보내고 졸업을 시키는 구조가 계속돼 왔던 것이다.
청소년 인권 관련 단체들이 제기한 것처럼 특성화고·마이스터 고 학생들은 현장실습 전에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일상적인 차별문화에 살아왔다. 이번에 국가인권위가 판단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전 작성하는 서약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다.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산업체로 파견 현장실습을 나가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실습 전 서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여 당사자들은 절차상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게다가 서약서에는 ‘파견 근무하게 되는 회사의 사규를 엄수’하도록 되어있어, 학생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국가인권위 판단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홍 양 사건 이후 대책위를 구성해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침을 개정하고 매뉴얼을 작성했다’면서 서약서 대신 동의서라는 표현을 쓰고 논란이 된 문구들은 제외하도록 일선학교에 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앞으로로 도내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에 대한 더 적극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홍양의 비극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교육청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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