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촛불정국에서 시민들의 손에 들렸던 작품 ‘꺼지지 않는다’ 등을 통해 현실의 불의에 맞섰던 판화가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대수(53)가 작업실로 돌아왔다.
  유대수는 10월 9일까지 완주군 고산면 ‘서쪽 숲에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에서 목판화전 ‘화담’을 연다.
  이번 전시는 그에게 우연하지만 꼭 필요했던 전시가 됐다. 대학 졸업 후 많은 작품을 선보였지만 지금까지 체계적인 작품 정리가 안됐던 터. 올 봄 한옥마을 안 ‘자만재’의 작업실을 아이들에게 양보해 주고 지난 5월 전주천 동로변에 ‘판화카페 대수공방’을 열었다.
  “공방을 내고 첫 번째 한 일은 오래된 그림들을 꺼내어 순서대로 정렬하는 것이었다. 두서없는 형상과 색채, 어질더질한 세월만큼이나 어수선한 감정이 함께 만져졌다. 그 더딘 호흡과 변화를 하나씩 천천히 쓰다듬어 되새기는 중이다.”
  그동안 집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200여 점의 작품을 정리하던 그때 고산 공동체인 이웃린이 전시를 제의해 왔다. 완주군내에서도 공동체 활동이 왕성한 고산에서 초대한 전시라 선뜻 응했다. 지난 19일 저녁 네발요정에서 있었던 ‘여는 강연’은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작품에 관한 관심은 물론 인문학 이야기에 집중하는 등 공부하는 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50여점. 20여년이 훌쩍 넘은 작품부터 올해 초 작품까지 그의 인생과 땀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번 전시 ‘화담’은 신작은 아니고 그간 거쳐온 이력을 정리해보는 수준의 '모듬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내년 늦은 겨울이나 초봄 정도에 ‘판화카페 대수공방’에서 작업한 제 작품으로 전시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전북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다 뒤늦게 홍익대학교에 다시 입학하여 판화를 전공하고 귀향한 뒤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3년부터 80여 회의 그룹/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아홉 번의 개인전을 치렀다. 1999년부터 십여 년 남짓 전주 서신갤러리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전시기획자로 일하고, 전라북도에서 계약직 공무원 경험을 잠깐 했으며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부채문화관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7년 배짱 맞는 동료들과 (사)문화연구창을 만들어 활동하며 잠시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기도 했지만, 솔잎 먹어야 사는 송충이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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