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디지털 감시사회라는 말을 쓴다. 21세기 들어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또 수집되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감시란 학교나 감옥, 군대에서 이뤄졌으나 이제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의 일상이 샅샅이 읽히게 돼 있다.
  그 첨병은 스마트폰과 CCTV, 신용카드 등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통화 기록에서부터 위치 추적, 각종 앱 사용 등이 모두 체크될 수 있다.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CCTV는 원래 범죄 예방과 안전에 쓰이지만 의도에 따라서는 감시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 역시 개인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감시사회의 구체적 이미지는 멀리 제레미 벤담이 1791년 제안한 원형감옥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원형 감옥에서는 죄수는 완전히 노출된 반면 간수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죄수는 규율을 어기기가 불가능하다. 또 하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도 감시사회의 상징이다. 빅 브라더는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허구적 독재자다. 사람들은 이 체제 아래서 심지어는 화장실 안에서까지 고스란히 감시당한다.
  현실에서도 감시사회는 엄존한다. 영국 런던에는 15만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이 카메라들은 도시 곳곳을 그물망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실시간 그 움직임을 점검한다. 이렇다보니 런던 시민 한 사람은 하루 300여 회 가량 카메라의 렌즈에 포착된다. 이런 상황서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 전역에 약 2000만 대의 CCTV가 설치돼 주민들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한다. ‘톈왕’이라고 불리는 이 세계 최대의 영상감시관리 시스템은 겉으로는 국민의 신변 안전 확보의 목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움직임을 읽는 데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쑤저우시 경찰관은 이 시스템을 통해 관내 주택의 수도와 전기 사용이 정상인지 아닌지 다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 한 라디오 방송은 이에 대해 국민을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개인 생활의 프라이버시를 당국이 함부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누군가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면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현대의 첨단 기술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CCTV를 비롯한 첨단기기들 역시 얻는 것이 많은 만큼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도 높다.  이 문제는 제도나 기술 개발로만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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