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자금이 투입되는 공사의 과도한 자격제한 조건 때문에 지역건설업체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 건설업체들은 이를 발주하는 지자체 역시 정부부처의 잘못된 규정은 모른채 하면서 지역경기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읍시는 전북지방조달청에 추정금액 15억7,980만원 규모의 내장생태탐방데크길 조성공사의 입찰을 의뢰해 발주한 상태다.
그런데 해당 공사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격' 요건을 갖춘 업체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내장생태탐방데크길 조성공사는 환경부 예산 50%를 지원받아 조성되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정읍시의 설명이다.
또한 정읍시는 공동도급을 허용하면서도 구성원 모두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이 때문에 도내 관련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도내 A업체 관계자는 "정읍시가 지역제한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면서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라는 희한하면서도 과도한 자격 조건을 내걸어 전북지역 건설업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수십년 관련 공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런 자격은 처음 들어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전문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평생 듣도 보도 못한 희귀 자격증을 얻어야 공동도급이나마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건설산업기본법'을 무시한 규제다. 전북에는 해당 자격증을 갖춘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며 "이를 두고 업체들은 '환경부가 부처 퇴직공무원들을 위해 희귀자격 조건을 만들어 공사를 밀어주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읍시 관계자는 "이용시설 국고보조금을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환경부의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조성 국고보조사업 업무지침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면서 "환경부에서는 자연환경을 모르는 업체보다는 자연생태를 이해하는 업체가 관련 공사를 맡도록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자격을 신설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부로부터 들은 바로는 해당 자격증은 4~5가지 조건만 갖춰 신고하면 누구나 취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부의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의 자격요건을 보면 개인사업자는 자본금 14억원 이상, 법인사업자는 7억원 이상과 함께 자연환경관리 기술사 1명 이상, 자연생태복원기사 또는 자연생태복원산업기사 2명 이상, 조경기사 또는 조경분야 중급기술자 1명 이상, 토목 분야 건설기술자 또는 산림공학기술자 1명 이상의 기술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조경 관련 공사 금액들에 비해 너무 과도한 자격조건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지자체 역시 50%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가뜩이나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도내 전문건설업체들의 수주난을 가중시키고, 정당한 입찰참가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경기 활성화에 역행하고 있는데, 어디에 하소연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읍시장이 지역민의 애로를 이해한다면 당장 잘못된 공사 입찰을 취소하고, 정치권과 함께 환경부의 잘못된 지침을 고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읍시는 환경부 지침을 벗어날 경우 국비를 물어내야 할 수도 있어 입찰 취소는 불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관련 자금을 집행하고 환경부와 25%의 자금을 지원하는 전북도의 평가를 받은 후, 지침에 어긋날 경우 보조금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단체장 역시 정부 지침을 따르는 게 보통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한편, 고창군 역시 지난 6월 20억원 규모의 조경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 대상자가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하면서 환경부와 지자체간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관련 업계는 공동으로 해당 지침이 시정되도록 싸워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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