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가면
교정 조회대 밑, 동네 복실이, 덕구, 메리, 쫑과 같이 여름 내내 숨어 지내왔던 그늘 속 그림자는 요즘 불안하다. 뉘어서 들어오는 가을 햇살에 밀려 뒤로 뒤로 물러나는 중이다. 여름 피해온 강아지들도 그렇다. 운동장 건너 100년 넘게 학교를 지켜온 12플라타너스 장군들 얼룩 신발위로 노랗게 물든 별들이 무수히 떨어진다. 그림자는 길어지고 낮은 짧아진다. 엊그제 추분(秋分) 지났으니 밤과 지낼 시간이 길어지겠다. 아! 가을. 새벽에는 환경미화원 정지 신호음과 리듬을 맞춰 울어 대는 쓰르라미 소리에 홑이불을 가슴위로 추스린다. 이렇게 계절은 왔는데도 죽어라 푹푹 쪄냈던 여름이란 놈은 가기가 싫은 지 오늘도 땡볕이다. 어쨋든 그대로 닭벼슬 처럼 붉디붉은 가을은 곳곳에 저 자신을 내려 놓는다. 기린봉 중바위 골을 타고 풍남초등학교 6학년 6반 남쪽 창 깨진 틈을 뚫고, 완산칠봉 투구봉 해딩으로 완산초등학교 축구 골대 속으로, 다가산 넘어 태극산 앞 전주천 물 건너 진북초등학교, 담장에 기대선 배롱나무 가지 사이에도 걸친다. 또 가을은 북쪽 황방산 서고사에 머무신 사명대사 입김타고 조촌초등학교 국기봉 감아 돌며 착지한다. 얘기를 달리해서 지구 탄생 얼마 후 인류존재 싹틀 때부터 지금까지 어느 곳이든 한시 거를일없이 별일은 많았을 건데 1000번 넘게 외침과 자중지란으로 시달려온 한반도 땅에서는 유독 2017년 닭띠 정유년 한해는 한마디로 복잡 다난 했다. 나라 안팎으로 무엇이든 부딪쳐서 불편한 소리를 낸다. 그래도 이런 불편한 소리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노래가 있고 시가 있고 그림이 있어서 춤 있어서, 예술이 있어서 말이다. 척박한 이 시절에 적어도 이 계절에 시한수 노래한 자락 가슴 언저리에 넣어두자. 용머리고개 넘어올 때 패티김의 ‘9월이 가면’을 웅얼거려본다.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디선가 부르는 당신 생각 뿐

9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남겨준 한마디가 또다시 생각나
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
그리고 눈길이 닿아 있는 엄지 발가락 끝 위에 선인장 그려진 그림한장 걸어보자. 가시로 지 몸 뚫어서 조차 자태를 과시하는 자존심의 꿋꿋함을, 예술하기 좋은 계절에…
                                                                                    -한국 예총 전북 연합회장 선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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