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는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사상 한 획을 그은 시기다. 그간 주로 소형 아파트들이 공급되다가 이 시기 40평 이상 대형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평균적인 집 규모에 비해서도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었다. 단지도 대규모화 돼 5000세대 이상의 대단지도 속속 들어섰다. 그러니까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이 고급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 게 바로 1970년대였다.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일반화된 주거 형태는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서울 서대문에 유림 아파트가 처음 들어선 이후 조금씩 숫자가 늘어가기는 했지만 소형인데다 한 두동이 고작이었다. 195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세워지기 시작한 아파트들도 역시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가 개발연대가 열리면서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고급화 되는 과정을 밟아갔다. 이후는 순풍에 돛단 격이었다. 전국 도시들마다 붐이 일었고 급기야 중산층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세속적인 성공 여부가 아파트 브랜드나 평수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서울에 아파트를 갖고 있느냐 여부 그리고 평수가 얼마나 되는 가가 중요했다. 특히 아파트 수요가 급증하자 재산 증식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렇게 아파트가 각광을 받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높은 인구밀도와 핵가족화가 더 많은 집을 필요로 했고 거기에 딱 맞는 주거 공간이 아파트였다. 또 한정된 토지에서 효율적인 집 공급을 위해 정부가 주택 정책의 초점을 아파트에 둔 것도 한 몫 했다. 전 국토의 도시화도 아파트 붐을 거들었다.
  얼마 전 발표된 ‘2016 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파트 수가 1000만 채를 돌파했다고 한다. 전체 주택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0%를 넘었다. 이제 우리나라 집 10채 가운데 6채는 아파트인 셈이다. 2000년 548만 호에 비하면 17년여 만에 두 배가 급증한 수치다. 이어 단독 주택이 396만여 호, 연립과 다가구 주택이 249만여 호 등으로 뒤를 이었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로는 1993년 한국에 처음 와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충격을 받고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렀다. 그럴 법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협소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생활의 편리성도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공동생활에서 오는 불편함과 삭막함 등은 아파트 생활이 가져오는 그림자다. 더욱이 아파트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세태는 한참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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