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폐막공연 ‘골든 마우스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일 한국소리문화전당 일원에서 개막한 소리축제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16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참여했다.
  올해 소리축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된 기획과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꾸준히 검증을 받았던 한국과 외국 아티스트들의 협업은 여전히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고 전통 판소리 무대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소리축제조직위가 추구하는 축제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면에서 새로움과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불만도 제기됐다.
  ▲프로그램
  올 개막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내용이 아닌 형식에 있었다. 소리축제 최초로 개막공연이 KBS 생중계되면서 방송 특성에 맞는 ‘판소리판 열린음악회’, ‘판소리판 불후의명곡’과 같은 화려하면서도 대중적인 다양한 레퍼토리를 맞물리는 구조로 구성됐다. 방송이라는 제약 때문에 공연장 관객들은 불편함을 겪기도 했지만 소리축제의 대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용에 있어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판소리의 눈대목을 외국 음악가들과 같이 보여주는 장면은 익숙했다. 대중가수도 참여한 무대로 관객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지만 신선미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집행위원장은 “지역의 전문가들에게는 10% 정도가 부족한 공연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전문가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라는 점에서 눈높이를 조절한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소리축제의 전통성을 담보하는 ‘판소리다섯바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대의 다양성을 꾀했다. 지난해 ‘영상’에서 ‘미술’로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지난해 영상이 주었던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 또한 일부 단체 청중의 소란스러움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한지영 프로그램 팀장은 “단체 관람객들로 인한 문제는 원인을 분석해 내년에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몇 시간씩 걸리는 판소리 완창을 한 자리에서 계속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내년에는 판소리 공연 시간의 축소도 고려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올 봄 초연됐던 창무극 ‘천명’은 당시보다 밀도있는 공연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롱런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었다. 명인과 후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 광대의 노래 ‘고집’도 다른 공연에서는 맛볼 수없는 재미와 감동을 주었고 더블빌도 예년의 수준을 지켰다. 또 서커스나 연극적 요소 등이 결합된 퍼포먼스형 공연이 많아졌다는 점은 관객 몰입도를 높이고 축제형 공연, 체류형 공연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공간
  올해 공간 운용 특징은 더블스테이지와 음악의집이다. 모악당 앞 광장에 마주보고 설치된 더블스테이지에서는 퍼포먼스가 결합된 다양한 국내외공연이 펼쳐졌다. 음향이 겹치는 등의 문제로 관람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북적이는 축제 모습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분수대 수변무대도 방문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공간이었다. 반면 연지홀 앞 음악의 집은 기획의도는 좋았으나 설치 등 하드웨어적인 문제 등으로 저평가 받은 케이스다. ‘월드뮤직워크숍’과 ‘젊은 판소리 다섯바탕’이 열린 편백나무 숲은 올해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인기 많은 공연 장소였다.
  이밖에 소리전당 내 공간 표지판, 일정표, 큐브형 안내판, 야간 조명 등 축제 안내와 경관의 매력을 두루 살린 공간운영이 돋보였다.
  김회경 홍보 팀장은 “올해 더블스테이지, 음악의집 특설무대, 분수대 수변무대 등 새로운 형태의 공간들을 개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내 콘텐츠를 매우 다채롭고 집중력 있게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짜임새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 중회의실에서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올해 소리축제는 전통을 중심에 두고 창의적인 기획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려는 방향성이 비교적 잘 구현됐다”고 자평하며 “내년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성과를 살리고 부족함을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소리축제를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작은 에딘버러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