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경제논리가 만능인 세태다. 그 중에서도 스피드는 생명이다. 빨라야 이기고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정글 논리가 판을 친다. 그래서 모두들 속도 경쟁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에 반기를 드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슬로 라이프 운동 즉 느리게 살기이다. 일본의 환경운동가이자 슬로 라이프 개념을 처음 제안한 쓰지 신이치 교수는 “참된 느리게 살기는 자연의 속도에 맞춰 조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 했다. 삶의 속도를 늦춰 경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슬로 라이프의 본질이다.
  일본 시즈오카현 가케가와시의 신무라 준이치 시장 역시 슬로 라이프 운동의 선구자다. 그는 다음 8가지 운동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즉 슬로푸드와 슬로 하우스, 슬로 웨어, 슬로 에듀케이션, 슬로 에이징, 슬로 페이스, 슬로 인더스트리, 그리고 이를 생활 철학으로 삼는 슬로 라이프다. 일본 전통요리를 먹고, 일본 가옥의 목조건축을 살리기, 자연 섬유로 만든 옷 입기, 생애 학습하기, 천천히 늙기, 걷기, 전통 고유산업 지키기 등이 구체적 실천 방안이다.
  이탈리아 또한 슬로 라이프의 첨병이다. 슬로 시티로 지정된 몇몇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느림이다. 타운의 광정에 모여 담소하고 저녁 산책을 통해 신구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또 점심 식사 역시 느긋하기만 하다. 대략 두세 시간 동안 음식들을 음미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런 슬로 라이프 운동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가장 먼저 시작된 슬로 푸드 운동은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고 이어 슬로 시티, 슬로 패션까지로 나아갔다. 요즘은 슬로 쇼핑 운동까지 나온다. 즉 상품 자체만 바삐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과 더불어 다른 문화적 소비까지 같이 하자는 것이다.
  이달 22일부터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2017 슬로 라이프 국제대회가 열린다. 대회 주제는 ‘음식 도시 건강’이고 슬로건은 ‘슬로 라이프, 생활이 되다’이다. 이 행사는 체험과 전시, 공연, 학술 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미식 체험관의 경우 식재료 구매와 요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특급 호텔 셰프들이 나와 최근 주목받는 식재료를 소개하고 홈 메이드 요리를 시연하며 특급 레시피도 알려준다는 것이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속도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비인간화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슬로 라이프는 인간관계 회복과 자아 탐구, 여가, 건강, 배려, 베푸는 삶 등을 추구한다. 이제 모두들 슬로 라이프 쪽으로 고개를 돌릴 법하다. 남양주의 슬로 라이프국제대회 슬로건대로 슬로 라이프를 생활로 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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