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로 접어들면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감이다. 인플루엔자라고 하는 이 독감은 전염력이 강한데다 그 증상도 심각해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어서 모두들 두려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 유행한다. 열대 지방의 경우는 1년 내내 감염 위험에 놓여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응책은 있다. 바로 백신 접종이다. 특히 노인 등 질병 취약계층은 반드시 백신 주사를 맞도록 권장된다.
  백신은 감염증 예방을 위해 자동적으로 몸에 면역력을 길러 병원체 즉 항원에 저항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외부에서 침투한 항원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미리 만드는 것이다. 일단 병원성을 없애거나 약하게 한 백신을 투여해서 후에 같은 병원체에 감염되더라도 이를 견뎌낼 수 있도록 한다. 쉽게 말하면 예방 주사가 바로 백신이다.
  사실 18세기만 해도 전염병 감염은 곧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공포를 처음으로 불식시킨 사람이 바로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다. 제너는 1796년 사망률이 40%에 이르던 천연두를 예방하기 위해 처음으로 우두 백신을 만들어냈다. 즉 우두에 걸린 일이 있는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데 착안, 젖 짜는 여인의 손바닥 종기 고름을 채취한 뒤 8세 소년에게 넣어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천연두 예방이 가능해졌다.
  이후 프랑스 미생물학자 파스퇴르는 백신의 개념을 모든 전염병의 예방을 위한 접종으로 확대 적용했다. 1881년 탄저병 유행 때 백신의 효과를 입증했으며 이어 광견병 백신도 개발해 이들 질병을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은 가히 백신의 황금시대다. 극히 일부 전염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백신이 개발돼 효율적인 예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자급률이 곧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의 승인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28개 백신 중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가능한 백신은 14종에 이르러 자급률이 5부 능선을 넘게 된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 국내 제약사 생산 백신은 불과 7종이었으니 8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뒤 이어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폐렴구균과 자궁경부암 백신까지 줄줄이 개발될 예정이어서 백신 강국이 될 날도 머지않다는 분석이다.
  오늘날 백신은 국가적 차원서 자원이자 무기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백신 산업 진흥에 힘을 쏟는다.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자면 백신의 자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 산업은 리스크가 커서 웬만한 민간 기업들로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국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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