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도 없고 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영화를 감상하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청년들의 특별한 영화제가 열린다.
  레드카펫 대신 짚으로 만든 골드카펫이 깔리고, 수확을 마친 양파·마늘밭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소란스런 밤’의 영화제다.
  오는 9월 2일 1박 2일 일정으로 완주군 고산면에서 막을 올리는 ‘제1회 너멍굴영화제’.
  너멍굴필름페스티벌이 주최·주관하고 완주군과 미디어공동체완두콩협동조합이 후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궤도를 벗어나다>라는 주제로 독립영화 3편 상영과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질 예정이다.
  너멍굴은 고라니와 멧돼지가 함께 뛰노는 고산면 율곡리 외율마을 골짜기 이름이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지난해 귀농한 진남현(28)씨가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윤지은(28)씨는 진남헌씨의 과 동기로 올 2월 완주에 정착했다. 영화제를 이끄는 너멍굴필름페스티벌은 완두콩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디자이너 이세정씨 등 20~30대 귀농귀촌 청년·직장인·대학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완주군으로 귀농한 이들은 다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자, 친환경 농업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 그리고 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영화제 기획·구상에 들어갔다. 자발적인 재능기부와 참여, 그리고 영화제를 여는데 필요한 자금은 각자 사비를 모았다. 이 같은 청년들의 열정에 완주군청과 완주군의 지역공동체가 후원을 약속한 상태다.
  영화제 영화는 청년감독들의 작품 3편이 상영된다. 익히고 조리한 음식이 아닌 생식을 하는 정호와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정한진 감독의 <잘 먹고 잘 사는 법∥드라마, 24분, 2013>, 조용한 마을이 관광지가 되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원주민들의 삶에 균열이 가해지는 모습을 그린 백고운 감독의 <표류인∥다큐멘터리, 22분, 2016>, 무직인 성재가 자해 공갈 사기를 시작하면서 놓이게 된 상황을 통해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승주 감독의 <야근수당∥드라마, 27분, 2016>이 상영된다.
  또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GV)도 준비된다. 이 외 간단한 먹거리와 소등 후 별자리 감상, 야영한 땅 뒤집기, 캠프파이어 등 다채로운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는 독립영화, 텐트촌, 청년이라는 키워드에 친환경, 불편함을 더해 ‘불편하고 또 불편한’ 영화제를 표방한다. 영화제 기간에는 천연비누가 제공되며 샴푸 등 화학제품 사용은 불가하다. 텐트는 각자 가지고 와야 한다.
  윤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30 청년들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며 도전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너멍굴영화제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과 희망과 꿈이 응축돼 있다. 이번 영화제가 청년들이 함께 꿈꾸고 숨 쉴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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