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건강을 지키겠다며 도입한 ‘그린푸드존(Green Food Zone)’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인근에서 불량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 그린푸드존에 위치한 문구점에는 일반 식품 판매점에서 볼 수 없는 정체불명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형형색색 색소가 포함된 저가 사탕부터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과자까지 이른바 불량식품이 가득했다.

불량식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업주는 “괜찮다. 어른들도 추억으로 곧잘 사러 온다. 나도 어릴 때 많이 먹던 것이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과자를 집어든 김모(9)군은 “싸고 맛있어 엄마 아빠 몰래 친구들이랑 사먹는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에서 판매되는 불량식품에 불안감을 내비쳤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한숨만 내뱉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등교 때마다 불량식품을 먹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다. 여건이 되면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지만 항상 지켜볼 수도 없어 불안하다”며 “불량식품에 대한 단속이 강하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 먹거리 안전이 무방비 노출된 상황은 비단 특정 학교 인근에 그치지 않았다. 전주 지역 한 고등학교 인근 떡볶이 노점상에선 판매하고 남은 튀김과 떡볶이를 재활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여름에는 장사하기 힘들다. 팔고 남은 것들을 다음날에도 팔아야 하는데 금방 상하기 때문이다”는 게 해당 업주의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 환경연구원은 행정기관에서 수거한 제품만 조사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1개소, 올해 1개소를 적발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순창군에서 수거한 김밥에서 대장균 기준치를 초과해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고, 올해 전주시 완산구에서 수거한 과자에서 기름의 부패상태를 나타내는 산가가 기준을 넘어 적발됐다. 경남 김해에 주소지를 둔 제조업체에는 해당 품목 정지 5일 처분이 내려졌다.

전라북도 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어린이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지면서 2016년부터 그린푸드존 내 불량식품 자체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어린이 먹거리 안전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으로도 불리는 그린푸드존은 학교(초·중·고·특수)와 그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으로, 어린이 식생활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불량식품 등 각종 유해식품 판매를 제한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북 지역에는 모두 577개소의 그린푸드존이 지정돼 운영 중에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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