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0월29일 일본 나고야에서는 전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는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바로 나고야 의정서다. 이 협약은 제10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누구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규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국가의 생물유전자원을 상품화 하려면 해당국에 미리 통보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익의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협약은 2014년 발효돼 현재 전 세계 97개국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도 곧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 된다.

생물유전자원은 의외로 숫자가 방대하다. 현재 전 세계에 1400만여 종의 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중 약 170만 종이 발굴돼 있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자생생물 종은 10만 여종으로 추정되는데 발굴된 것은 약 4만7000여 종이다.

생물유전자원의 중요성은 우리나라가 해외에 주는 관련 로열티를 보면 곧바로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채소, 과일, 해산물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딸기 종의 90%와 양파 종의 80%는 일본산이다. 또 장미는 98%가 외국산이다. 이처럼 생물유전자원은 종자나 원예는 물론 제약업계, 유전공학, 식물성 약품, 화장품, 식품업 등 여러 방면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의 당사국이 되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국의 종이 아닌 경우 로열티를 해외에 지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고야 의정서가 의결되면 화장품과 제약 바이오 기업의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 연간 약 3500-5000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국무회의는 지난 8일 ‘유전자원의 접근 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유전 자원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이 시행령은 나고야 의정서의 국내 이행을 위한 것으로 오는 8월17일부터 시행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8번째로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이 된다. 법률과 시행령의 골자는 생물자원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는 제공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생물 다양성 협약과 나고야 의정서 등을 통해 생물주권 확립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생물유전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소리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번 유전자원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고 또 생물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자생식물을 발굴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산품종 보급률을 높여 로열티 지출을 줄이고 토종 재래종 보호에도 힘써야 한다. 이에 대한 인식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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