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가 신문에 발표한 모죽(毛竹)의 교훈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전라북도에 소금과 빛과 같은 경구로 다가온다. 모죽은 대나무의 일종으로 싹이 터서 땅을 뚫고 나오는 데 4년이 걸리고 그 키도 5cm이내라고 한다. 5년 째 되는 해에 비로소 급격히 성장해 50여일 만에 16m 가까이 자란다. 송하진 지사는 이 같은 모죽을 키우는 농부의 자세로 전북도정을 이끌어왔다고 담담하게 밝힌다. ‘믿음과 인내는 가슴속을 늘 맴도는 단어’였으며, “전북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믿고, 전북에 올 기회를 기다리며 백방으로 뛰었다.”고 한다.

송하진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전북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찬 일들이 우후죽순처럼 솟고 있다.”며 모죽처럼 전라북도가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공화국 수립 이후 60년 가까이 소외받은 전라북도의 도약을 이룩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문재님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정부 관료집단 등은 전라북도 숙원사업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전라북도와 해당 시·군, 정치권, 언론 등이 똘똘 뭉쳐 와신상담하는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7월 1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군산조선소 문제만 해도 당장에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응급수술을 하라고 그렇게 목청을 높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조처는 중장기 미봉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 군산조선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정부가 발주할 수 있는 군함과 경비정 등을 우선적으로 군산조선소에 맡겨줘야 한다고 주장해도 정부 실무진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것 같다.

2018년도 국가사업 예산 확보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전라북도는 989개 국가사업에 7조1,590억 원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21%가 삭감되고, 현재 5조6,537억 원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 전라도 정도 천년 맞이 기념사업인 전주 새천년공원 조성,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조성, 김제 종자가공처리센터 구축사업, 순창 한국형 유용균주 산업화 기반구축 등은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전체 396건의 신규 사업 중 67%인 267건의 예산이 거부됐다.

전주시의 경우 115건 5077억 원 중 59건 2413억 원만 반영됐다. 사업별로는 탄소소재국가산업단지 조성 1680억 원, 국립 독립영화의 전당 건립 156억 원, 국립보훈요양원 건립 48억 원, 전주역사 개선 사업 40억 원은 전액 삭감됐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등의 국가사업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직전 정부의 삭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부 부처 상당수 공무원들은 여전히 전라북도를 소홀히 대하는 과거 관행적 시각에 머물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 등 상층부만 바뀌었지 중간부 이하는 대체로 그대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전라북도와 시·군이 국가사업 예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라북도 살리기를 공약한 만큼 전라북도와 시·군은 적극적으로 논리를 세우고 예산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전북의 운이 열리는 새 시대를 맞아 모죽의 꿈을 이루고 전라북도를 크게 도약시켜야 한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시켜야 할 전라북도의 시대정신이다.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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