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과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시장은 시장대로 논리가 있어 그에 따라 움직이고 정부 역시 국민들의 복지 증진이라는 목표를 갖고 행동한다. 보통 시장과 정부는 나름 규율을 갖고 잘 조화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서로 갈등하는 국면도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관념은 18세기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로부터 연원한다. 그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하며 정부는 경제를 자유방임한 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효율적 자원 배분과 소득과 부의 분배, 안정과 성장 촉진 등 과제는 오로지 시장기구에 의존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 주장을 ‘작은 정부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1929년 미국 대공황은 이런 믿음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자유방임이 결국 대공황이라는 파국을 초래한 것이다. 그 뒤 케인즈가 나와 완전 고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흔히 시장의 실패라고 하는 데 독과점이나 공공재의 존재, 외부성, 비대칭적 정보 등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그 탓에 시장은 원래 뜻대로 이상적인 자원배분을 못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논의다. 이런 케인즈의 논지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만큼 ‘큰 정부론’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현대에는 작은 정부론과 큰 정부론이 상황에 따라 맞서는 형국이다. 정권에 따라 큰 정부를 선택하기도 하고 작은 정부의 길을 가기도 한다. 현대 경제체제를 국민 경제의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공존하는 혼합경제체제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요즘 정부의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경우 금리와 세금을 올렸음에도 멜버른과 시드니의 집값이 7월 중 각각 3%, 1.4% 뛰었다. 캐나다 역시 6개 대도시의 6월 단독주택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2.7% 상승했다. 중국은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주춤하는 반면 중소도시에서 부동산이 폭등하는 추세다. 이를 놓고 경제전문가들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시장과 정부 어느 쪽이든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 어렵다. 시장의 실패 혹은 정부의 실패라는 용어에서 보듯 각각 약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장의 힘이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개입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가하면 자원 배분을 악화시켜 오히려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어디까지나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게 정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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