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운림리 농소고분’이 전라북도 기념물 제136호로 지정 고시됐다.

순창군은 14세기 고려후기 상위 계층 지방세력가의 무덤으로 확인된 ‘운림리 농소고분’은 전라북도 슬로공동체 사업지구인 적성면 운림리 산13번지 농소마을 내에 위치해 있다. 고려시대 덧널무덤(토광목곽묘, 무덤 속에 관을 넣어두는 묘실을 나무로 만든 무덤)으로서 당시 무덤 양식과 불교문화와의 연계성 등 여러 가치가 입증되어 전라북도문화재위원회 의결로 기념물로 최종 지정됐다.

농소고분 무덤의 봉토는 길이 580cm, 너비 404cm의 장방형으로 당초 조성되었다가 시간이 흘러 현재 봉토는 모두 깎아서 편평하게 만들어진 상태이며, 봉토의 가장자리에 놓인 병풍석(護石)만 남아 있다.

병풍석 내에는 너비 약 200㎝의 토광(널빤지를 깔지 않고 흙바닥 그대로 둔 광)이 3단으로 단을 두고 파여 있었으며, 전체 깊이는 300㎝에 이른다. 이 토광의 맨 아랫단에 길이 210㎝, 너비 85㎝의 나무 널(목관)과 나무 널을 보호하기 위한 나무덧널(목곽)이 2중의 관곽(棺槨, 시신을 넣는 속 널과 겉 널을 아울러 이르는 말) 형태로 확인됐다.

아울러 나무 널의 바깥에는 칠을 하고 원형의 테두리를 그린 다음 그 안에 금가루로 새긴 범자(梵字,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스트어를 적는데 쓰였던 브라흐미 문자)가 350여 자 확인되었는데, 매장자의 불교와의 밀접한 연관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로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농소고분에서 발견된 유물은 청동합(靑銅盒), 청동반(靑銅盤), 청동수저 등이며, 토광의 세 벽면을 파내어 만든 벽감(壁龕, 장식을 목적으로 두꺼운 벽면을 파서 움푹한 공간) 속에서 출토되었다. 특히, 동쪽 벽감에서 출토된 청동반에는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겨 있는 상태로 발굴되었다.

출토 유물과 무덤의 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보아 무덤의 주인공은 고려시대 최고위 계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지석(誌石) 등은 발견되지 않아 정확히 누구의 무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순창군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와 이번 기념물 지정으로 농소고분의 역사적 가치가 확인된 만큼 보존관리에 만전을 기할 계획” 이라며 “주변의 채계산, 석산리마애여래좌상, 일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등의 불교문화재와 구암정, 어은정 등 유교문화재 및 섬진강미술관의 미술문화를 연계한 ‘토탈관광‘ 문화자원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창=이홍식기자. hslee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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