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는 비단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동물도 덥긴 마찬가지다. 전주시 호성동 전주동물원에는 코끼리, 하마, 호랑이, 사막여우, 기린 등 103종 612마리의 동물이 둥지를 틀고 있다. 냉수 마사지부터 얼린 과일까지 동물들의 특별한 여름나기 현장을 찾았다.

낮 한때 32도를 기록한 26일 전주동물원. 동물들도 무더운 날씨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은 오전 11시를 기해 김제와 장수를 제외한 12개 시군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수컷은 1990년생, 암컷은 1995년생인 아시아 코끼리 코돌이, 코순이 한 쌍도 긴 코를 우리에 늘어트린 채 커다란 귀를 펄럭이며 더위를 식혔다. 폭염을 대비해 설치된 차양막 그늘 아래서 코를 이용해 물을 뿌려보지만 올 여름은 고향인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못지않다. 때문에 머리와 등에 진흙을 뒤집어써 햇빛을 차단하는 영민한 모습도 보였다.

1986년생 수컷 하마 갱은 샤워기 물줄기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던 중 호사를 누렸다. 얼린 과일과 냉수 마사지에 1.5톤이 넘는 무거운 몸을 잽싸게 놀렸다. 커다란 입을 벌려 호스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연신 들이켰고 양동이 크기 얼린 과일을 삽시간에 깨먹었다.

더위에 강할 것만 같은 사막여우 7마리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주동물원 서세현 사육팀장은 “사막여우는 야행성 동물로 더울 때는 모래 밑에 숨어들어 더위를 피한다. 냉난방 시설을 이용해 항상 23~25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태어난 수컷 시베리아호랑이 새끼 천둥, 번개는 올해 처음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더운 날씨에 건강을 잃을세라 쇠고기 특식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보통 15년 사는 재규어 재이는 1996년생으로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100살이 넘는 고령 동물이다. 늙은 재이를 걱정하는 사육사들의 극진한 보살핌에 여름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다.

또 국제적 멸종 유기 동물로 지정된 침팬지 1995년생 수컷 카이와 1999년생 암컷 리주의 경우 햇볕이 강해지는 오후 2시면 실내로 입실한다. 적정 온도가 유지된 실내에서 참외와 파인애플, 수박, 옥수수 등 특식을 즐기면서 여름을 나고 있다.

전주동물원 서세현 사육팀장은 “요즘은 날이 더워 하루 150명이 방문하는데 그치지만 봄이나 가을에는 2만명이 넘는 시민이 관람을 한다”며 “동물들이 무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여름철 사양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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