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지 전주시의회 의장

 아침부터 밤까지 푹푹 찌는 여름철,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바다가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비단 무더위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스트레스, 취업, 결혼, 양육, 혹은 경제적 이유로 껴안는 삶의 무게 등, 대한민국 국민은 꽤 지쳐있다. 어디 그 뿐이랴. 우리는 유래 없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간신히 이 신록의 세상을 만나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에 쉼표 하나가 간절한 계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인 1,766시간을 상회하고 있다. OECD 전체 국가 중 2,000시간을 넘어서는 국가는 단 세 곳으로,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위다. 반면,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OECD국가 평균 4만1,253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3만3,110달러로 전체 국가 중 22위라고 하니, 일은  고되고 임금은 부족한 형국이다. 
 통계청이 생활시간 조사라는 표제로 발표한‘연령별 피곤함 정도’의 통계치를 보면, 30대의 경우 90.3%, 40대는 89.2% 등, 국민의 80%이상이 늘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다. 주 5일제 도입 후 여가 시간이 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인 듯하다.
 이러한 ‘삶의 피로도’는 인생의 계획과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인간관계, 주택구입까지 더해 오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어, 청년 세대의 분노와 좌절이 드러난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정부는 국민들의 ‘쉴 권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비정규직의 휴가권에 대해서도 보장하겠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제한적  대체공휴일제를 확대하여 여가생활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휴가비 지원에 관한 배려다. 중소기업 종사자, 영유아 동반 여행, 어르신, 장애인 등 문화소외계층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먼저 휴가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서 신뢰성을 보여주고 있다. 휴식이 필요할 때 당당히 휴가를 쓰고, 일할 때 충실하게 근무하는 것이야말로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세계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은 ‘휴식이 있는 삶’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야근까지 감당해야하는 현대사회에서, 파격적으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것이다.
 6시간 근무제의 혜택을 받게 된 많은 직장인들은 두 시간의 여유가 자신의 삶을 다시 만들었다고 말한다. 오후에 미술관을 가고 취미생활을 영위하며, 가족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퇴근시간을 넘기고도 집에 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며 가족 간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무적 성과도 성공적이다. 8시간 이상 근무하는 동종업계 회사들과의 생산량을 비교했을 때, 6시간 근무 업체가 월등했다. 매년 두 배 이상의 수익증가를 보였고, 근무환경을 좇아온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 기업의 잠재력은 더욱 높아졌다. 누구나 꿈꾸지만, 누구나 갖기는 어려운 삶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제도적인 밑거름을 하나씩 마련하고, 휴식이 곧 생산이고 쉼이 곧 에너지라는 생각을 노사가 모두 공감해간다면, 국가 전체적인‘일 중독’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삶의 가치 있는 우선순위를 되새겨보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여름, 무더위는 싫지만 그 핑계로 쉬어갈 수 있어 좋다.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바다를 눈앞에 두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함께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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