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과 공급조건을 규정해 놓은 현행 전기사업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민사3단독(하정훈 판사)은 24일 A씨(익산시)가 “일부 요금체제가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조항은 전기사업법 제16조 1항으로, ‘전기판매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기요금과 그 밖의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A씨는 “전기요금의 결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사항으로 그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에 규정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해당 조항은 전기요금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본질사항 등은 규정하지 않아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조항만가지고 법에 규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져야 할 사항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정훈 판사는 전기사업법 제16조 1항이 법률유보의 원칙과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하 판사는 “해당 조항은 전기요금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전기판매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본공급약관을 작성해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기요금이나 공급조건의 실질적 내용에 관해서는 어떤 규정을 두지 않은 점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사용에 대한 대가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것에 대한 대가와 다름없고, 대가를 정부에 의해 지배받는 피신청인(한전)이 징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전기요금은 조세적 성격마저 가진다고 볼 수 있다”며 “요금이 불합리에게 책정될 경우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전기요금과 공급조건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은 국민의 대표인 입법자가 정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행법은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관해 그 어떠한 요소도 규정하지 않았고, 국회가 요금결정의 통제를 포기한 결과를 초래한 만큼 법률유보의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령에 위임할 사항에 관한 실질적 사항을 전혀 규정하지도 않은 만큼,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7월3일부터 8월2일까지 총 525KW의 전기를 사용했고 한전은 기본공급약관 기준에 따라 12만 8565원의 전기요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한전이 기본공급약관에 따라 누진제요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과 법률유보의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효력이 없다”면서 “이에 6만8000원을 초과한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납부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더불어 재판부에 현행 요금부과 및 공급계약 체계에 대한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했다./신혜린기자·say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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