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흘렀음에도 다시 가고 싶었다. 때로는 소설이 더 현실 같았다. 익산 출신 소설가 백가흠의 짧은소설 <그리스는 달랐다>가 지금의 제목과 형식을 갖게 된 이유다.

출판사 난다의 여행서 시리즈 걸어본다 열네 번째 책으로 에세이였던 전작들과 달리 소설이다. “소설은 진실의 풍경에 기반을 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글쓴이의 언급과 여행지에 대한 설명보다 인물과 내용에 주력하는 글쓰기 방식은 그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전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빼어난 풍광 대신 저마다의 사연을 담는 등 맥을 같이 한다.

모두 21편의 소설에는 2011년의 겨울과 2016년의 여름, 5년여의 공백을 두고 머물렀던 그리스에서의 일상이 고스란하다. 5년 만에 또 가고 싶을 만큼 그냥 좋았고 마냥 편했고 저냥 살고 싶었던 그곳의 매력은 뭘까.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는 까닭은 뭘까.

시작은 우리나라와 그리스가 처한 환경의 유사성이었다. 악화된 경제상황, 고용시장의 불안, 가족의 붕괴가 그랬고 첫 여행 뒤 한국에 돌아와서 더욱 실감했다. 다시 찾은 5년 뒤에는 차이점을 발견했다.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나 국민들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고난을 건너가는 듯 보였다. 우리가 IMF 구제금융으로 가족 붕괴를 겪은 것과 달랐고 우리보다 가난하지만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그 어떤 것이 느껴졌다고.

소설을 읽다보면 그가 만든 세상을 누리는 걸 넘어 현실로 향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과 태도도 생각게 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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