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개봉돼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현대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1950년대 보수적인 명문 고교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자유와 창의성을 말살당한 학생들과 이들을 제대로 된 인성교육으로 이끌려는 교사가 등장한다. 인상적인 것은 교사 키팅이 학생들에게 ‘시가 흐르는 교실을 만들자’고 역설하는 장면이다. 스스로가 시를 읽는 모임인 ‘죽은 시인의 사회’ 창립멤버라고 밝힌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 읽기를 내내 강조한다.

사실 시는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있다. 원시시대부터 노래가 있었고 그 노래가 점점 발전해 오늘날 시의 형태를 갖췄다. 언어라는 재료를 써서 노래를 부르고 또 그림을 그리는 게 시다.

시의 효용성은 아주 크다. 무엇보다도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단순한 쾌감의 차원이 아닌 인간성에 대한 존엄의식과 우주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 등을 선사한다. 우리는 시를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또 감동하게 된다. 또 하나 시는 교화적인 효용 가치도 갖는다. 삶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삶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 교육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학교 교실에서는 시를 그저 시험에 대비한 공부거리에 그친다. 주석을 외우느라 바쁠 뿐 정작 시의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는 없다. 운율을 찾고 수사법을 외우며 주제를 고르는 것이 고작이다.

한 검찰청이 시 읽기로 조직문화를 바꿨다고 해서 화제다. 위재천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은 지난해부터 시 문화를 검찰조직에 받아들였다. 검사와 유관기관 회원 등 100여명에게 시집을 나눠주고 시 낭송회도 자주 열었다. 또 지난 2월에는 지청장 자신과 검사, 유관 단체 임원들의 자작시를 묶어 ‘오월이 오면’이라는 시집도 냈다. 그 덕분에 서산지청은 청렴도 우수 지청, 성폭력 등 4대 범죄 대응 우수 지청으로 선정되고 매달 30여건에 달하던 고소 고발도 지난해부터 7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듯 우리 교육도 시를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시 감상 수준은 초라할 정도다. 또 일상에서 시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지점서 시를 사랑한 공자의 말을 인용한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감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관찰할 수 있으며, 무리를 지을 수 있으며, 원망할 수 있으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길 수 있고, 멀리는 임금을 섬길 수 있다. 새와 짐승,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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