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봤어?”

이 말로 상징되는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리더십은 한국형 리더십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도전 정신과 무서운 실천력, 신속 정확한 결단력으로 거대기업을 일궜다. 황무지인 UN묘지를 보리를 이용해 푸른 들판으로 만들었는가 하면 290일 만에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마치기도 했다. 또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동전을 들고 영국으로 건너가 조선소 자금을 끌어왔다.

정주영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재벌 리더십은 이런 식이었다. 흔히 황제경영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개발연대 한국으로서는 꼭 필요한 방식이었다.

리더십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레빈과 리피트, 화이트의 분류가 가장 널리 쓰인다. 이들은 리더십을 독재형, 민주형 그리고 자유 방임형 등 세 가지로 나눴다. 이중 독재형은 의사결정과 지휘 통제를 리더 한 명이 도맡는다. 주로 지시에 의존한다. 민주형은 목표를 설정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고 활동에 옮기는 데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성과를 올릴 수 있게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방임형은 리더는 거의 역할을 하지 않고 구성원 스스로 자신들을 이끌어가도록 한다.

정주영 회장을 비롯해 개발연대 재벌 총수들은 독재형에 속한다고 보아 무리가 없다. 과업 수행에 높은 가치를 두면서 상명하복의 제왕적 행태를 보인다. 물론 이들에게는 외향성이나 성실성, 추진력, 판단력 등 리더로서의 자질이 풍부했다. 그래서 이런 1인 리더십으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재벌 3-4세 경영자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CEO형 리더십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보고 받고 결정하는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 보다는 조직 내부 구성원을 통합하고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코디네이터로 자신의 역할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총수들은 혁신자로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지금의 경제 환경은 굉장히 달라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리더는 원래 혼자 존재할 수 없다. 항상 따르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정주영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 상황이 그런 리더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지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 사람의 역량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밀고 나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제에 재벌 리더십에 큰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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