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로마로 출장차 갔었던 일이다. 민박집의 에어컨 가동이 저녁 8시에 시작하여 그 다음날 아침 8시면 가동이 중지된다. 그래서 낮에 에어컨 가동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한나절에 60유로(한화 약 72,000원 정도)를 더 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교민들, 주재원들이나 학생들이 에어컨을 멋모르고 사용했다가 한 달에 약 500~700유로(한화 약 60만~80만 원정도)의 전기세 폭탄을 맞았다는 에피소드를 종종 듣고는 한다.
 
이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로마 시내의 전기를 대부분 프랑스에서 수입해다 쓰기 때문이다. 원전 및 여타의 발전소를 건설하려 해도 주민 투표에서 번번이 부결되기 때문이다.

독일이 원전, 화력 발전소의 증축 등의 금지와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으로 인하여 전기요금이 갑자기 3배 정도 올라 서민 경제 및 기초물가가 흔들린다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른 일례로 일본 제철업계가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에 불공정거래라고 제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저렴한 전기요금력 덕에 한국의 철강제품 수출 단가가 낮은 주원인이라고 하여 계속하여 WTO에 제소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본의 58.6% 수준이라고 하나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1/2~1/3 수준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예에서도 보듯이 현대 생활 및 산업전반에서 전기는 필수불가결한 동력원이다. 약 10분만 없어도 모든 것이 올 스톱 된다.

그렇다면 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의 방법은 원자력 발전, 석탄 발전 및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이 대표적이다. 이 발전 단가에 있어서 너무나 큰 차이점이 있다.

원자력 발전은 Kwh당 50원 미만, 석탄 발전 74원, LNG 발전 101원이나 풍력은 120~130원 그리고 태양광은 300~4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원자력 발전인 경제적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산업영역에 있어서 전기의 질이라고 하는 즉, 전압의 변화, 정전 빈도수 그리고 전기의 안정성 등을 살펴볼 때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제한점이 있어서 가정용 등의 아주 제한적이거나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초저유가 추세가 계속하여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미국의 셰일원유(shale oil) 채굴의 생산성이 더욱 증가되면 신재생에너지의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연구개발·생산하는 기업의 생존은 더욱 어렵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는 세계의 추세에 맞추어 탈원전을 내세워 우리나라 전기 생산 시스템의 변혁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 추세라고 하는 탈원전이 정말로 탈원전을 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몇 특수한 자연적 또는 지리적 결함을 가진 국가 또는 도시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탈원전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우리나라하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중국은 동해안을 위주로 48기를 건설 중이거나 추가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새로운 원전 건설을 허가하였고 영국도 15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조 강국이다. 이 제조 강국의 가장 기초가 되는 체력은 전기이다. 전기의 질이 좋아야 함은 물론 정전 등이 없어야 된다. 그리고 값이 싸야 된다. 우리나라의 전기의 질이 좋은 것은 이미 세계에 정평이 나있다. 신재생대체에너지는 이런 면에서는 대체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셋째, 우리나라는 원전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이 기술을 수출하는 얼마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이들 산업군에서 약 3만~5만 명 정도 일하고 있으며 직종의 연한도 거의 50년 이상 된 직종이어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직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거나 포퓰리즘이 작용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들은 전문가 집단에서 수행되고 판단되며 결론이 나야 된다. 우리나라는 발전 분야나 원자력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아주 많고 실력 또한 출중하다. 비전공자인 시민단체나 무작위로 추출된 패널들의 투표 등의 다수결로 결론지어질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이다. 감정적이거나 순간적인 정책으로 결론이 날 사안이 아니다.

다섯째, 모든 결정하여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이공계 산업계 현장에서는 심각한 문제이다.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를 대안이 없이 우선 중지시키고 본다던지, 계획된 건설안을 대안이 없이 무작정 폐기시킨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대안이 없는 정책결정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모든 후폭풍과 폐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어 있다. 그래서 원전폐쇄 이후의 정확한 대안이 제안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결론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아주 장기적인 나라 살림 측면에서는 그렇게 지향해야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 20~30년 정도 앞을 내다보는 정책으로는 나라의 경제와 서민들 살림살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심사숙고하여 결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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