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부보훈지청장 이우실

초록이 짙은 초여름이 지나 어느덧 7월을 맞이했다. 새 정부가 임명한 제29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 5월 17일 취임사에서 앞으로 ‘보훈가족이 중심이 되는 따뜻한 보훈정책'을 추진하겠으며,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모든 보훈가족의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위해 부족한 의료, 복지, 안장시설을 확충하여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훈제도를 내실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북서부보훈지청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인 지난 6월 한 달 동안 ‘나라를 위한 고귀한 희생, 하나되는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익산시민과 함께하는 효콘서트, 보훈가족과 함께하는 문화버스 공감 음악회, 애국울림콘서트, 국가유공자 위안행사 등 다양한 보훈 문화 행사를 전개했다.
또한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위탁병원인 익산병원, 군산의료원에 입원중인 보훈대상자 80가구를 직접 방문하여 대통령 위문품을 전달하고 애로사항 청취와 격려 등 따뜻한 보훈을 몸소 실천하였다.
지난 현충일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새 정부에서는 국가유공자의 예우강화를 위해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따뜻한 보훈’ 정책 실현을 위한 제도적 ?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렇다면 ‘따뜻한 보훈’을 통해 국가보훈처, 또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일까? ‘따뜻한 보훈’ 정책의 실현은 독립·호국·민주화정신 계승을 통한 국민통합에 그 목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민족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받아왔지만 그 때마다 일치단결하여 국난을 극복해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특히, 근대에 들어 벌어진 일제의 침략에 나라를 침탈당했을 때 호남에서는 전국의 의병전쟁을 선도했고, 이봉창, 윤봉길 의사와 더불어 3의사 중 한분인 구파 백정기 의사, 광복군의 주역인 이종희 장군 등 수많은 독립투사께서 신명을 다 바쳐 국권회복을 위해 노력하신 결과 조국 광복의 위대한 과업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 후, 광복 후 일제치하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인 1950년에 우리는 6·25전쟁이라는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풍전등화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은 수많은 국내 참전호국영웅과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분투에 힘입어 자유와 평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
여러 호국영웅들이 피땀흘려 건국된 조국은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독재정권의 치하에서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지만,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일어난 4·19혁명의 학생과 시민들, 군부 독재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요구하며 군부의 총탄에 맞서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결국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성공한 국가로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독립·호국·민주화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그런 희생을 감수한 영웅들의 마음속에는 정의를 구현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두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보훈처에서 천명한 ‘따뜻한 보훈’은 이런 나라사랑정신을 우리 국민의 마음깊이 새기고 계승하여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넘어 국민통합의 시대로 나아감으로써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선열들의 희생과 공헌에 보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는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을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 같다. 현충일에는 조기도 게양하지 않은 채 단지 휴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최근에 실시한 나라사랑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은 고작 60%정도에 불과한 현실이다.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진정으로 감사하기 위해서는 이분들이 지켜낸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나 적다.
지난 6월 국가보훈처장 위문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한 1급 중상이자 국가유공자 한 분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북서부보훈지청에서는 7월에도 우리 지역사회에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풍토를 조성시키기 위해 다양한 보훈 문화 행사를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7월 14일 제67주기학도병전사자추모제가 군산중학교에서 열리며, 16일에는 군산장항-이리지구전투 전승기념 및 추모제가 군산 월명공원에서 열린다. 또한 27일 전후로 6.25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계기행사를 개최하여 젊은 세대들의 참여를 유도, 나라사랑 정신 함양의 장으로 승화시킬 예정이다.
앞으로 국가보훈처가 보훈가족의 고귀한 희생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응당한 보상을 통해 따뜻한 보훈정책을 구현해 나가는데 앞서나간다면,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넘어 새 정부와 함께 국민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커다란 받침목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