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전주 생활을 정리하고 임실군 덕치면으로 거처를 옮기는 등 강이 주는 생명력으로 지금껏 살아왔다는 그의 성향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강물에서 놀고 사람들이 강물을 먹는 게 ‘참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 오늘날이 못내 안타깝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김용택이 쓰고 구서보가 그린 그림책 <섬진강의 사계절 참 신기한 일이야>(자주보라)는 과거 자연과 풍경이 하나 돼 너무도 당연하게 누렸던 자연의 혜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노래한다.

글쓴이는 이를 ‘참 신기한 일’이라며 지금의 얘기는 아니라고 경고하지만 순환의 끝 아름다운 사계 속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질 것임을 기대한다.

본문에서는 밤에 강가로 나가 통발 속에 갇힌 물고기들을 쏟아내면 왜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다운지, 또 사람들은 밤이 되면 바위 속에 있던 고기들이 나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일들이 경이롭고 신기하다고 말한다.

이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이제 그런 강은 없다는 물고기의 말은 서늘하다 못해 공포감마저 준다. 마지막 꼭지 제목은 ‘다시 온 봄날에’다. 자연이 인간에게 너그럽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지만 다시 봄이 올 거라고, 다시 봄을 맞으려면 우리에게 어떤 봄이 있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구서보 작가는 2년에 걸쳐 섬진강을 보고 듣고 느낀 다음 그렸다. 섬진강의 풍경을 잊으면 안 된다는 듯,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듯 꼭꼭 눌러 담았다. 그들이 말하는 희망이 단단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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