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이덕배

올해 전북 혁신도시에서 아내와 함께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혹여 텃밭의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면 어쩌나 하며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간 시설재배 농가 컨설팅에서 사용했던 ‘토양 관리 3-3-3 기술’을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농작물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3분간의  공기, 3일간의 물, 그리고 3주간의 양분 관리기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농작물은 3분간 숨을 쉬지 못하면 장해를 겪고 죽기 시작한다. 실제 다져진 흙에서는 작물 뿌리가 숨을 쉴 수 없기에 볏짚이나 잘 발효된 퇴비를 넣어서 땅을 갈아주어 흙이 숨을 잘 쉬게 해줘야 한다. 과수원에서도 심토파쇄기(深土破碎機)로 다져진 흙을 부수고 산소를 넣어주면 과수가 잘 자라게 된다. 미숙퇴비는 흙속의 산소를 소모시키고 유해가스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농작물은 3일간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말라 죽기 시작한다. 더구나 오이, 토마토, 수박과 같은 채소는 체내 수분함량이 90% 이상으로 물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은 농작물의 뿌리가 뻗어있는 작토층까지 공급해주어야 하지만, 밭에 물이 너무 많으면 농작물은 산소부족 장해를 겪게 된다. 따라서 흙을 30~50cm깊이로 파서 절단면에서 물과 공기의 상태를 진단하고서 물주기와 물빼기를 적절히 해주는 것이 좋다.
농작물이 3주간 양분을 먹지 못하면 결핍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료는 농작물이 필요한 만큼을 시기별로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물리선생님 출신 도시농부가 비료를 ‘조금’ 줬는데 옥수수가 말라 죽었다며 하소연을 한다. 차 수저 하나 분량의 비료를 옥수수 한포기에 뿌려진 결과였다. 좁은 텃밭에는 비료 요구도가 ‘높은’ 작물과 ‘낮은’ 작물이 나란히 재배되고 있어서 적절한 양의 비료주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2L 페트병에 병뚜껑 3개 분량의 비료(약 20g)를 물에 녹여 원액을 만든 다음 이를 20배 정도로 희석하여 작은 페트병에 담아 뿌리 근처에 50~100mL 정도 부어주면 된다. 그 다음 작물의 상태를 봐가며 비료액의 공급 횟수를 조절해 주면 작물은 잘 자란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농사의 풍흉은 농부의 관심과 정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꾸짖는 말은 따끔하게 한번만 하되, 사랑의 선물은 작게 여러 번 나누어서 하라는 말이 있다. 텃밭의 농작물과 흙에도 그 작게 나눠주는 사랑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내 텃밭의 채소들은 잘 자라주었다. 그 덕택에 몇몇 이웃들과 채소를 나누어 먹기도 하고 가족들과 농작물의 자람과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있다.
금년에는 봄 가뭄이 극심해서 물주기가 풍흉의 1차 요소였다. 곧 시작될 장마철에는 물빼기가 중요하다. 빗물이 수마(水魔)로 돌변하지 않도록 힘을 써야 한다. 즉 큰 물길은 자연수로로 향하도록 하고, 부득이 농토나 주택으로 달려드는 물길은 여러 갈래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수마는 애써 기른 농작물은 물론 비옥한 흙을 쓸어 가버리고 하천과 호소를 메꾸어 준설을 해야 하고 수질도 정화시켜야 해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수마가 농지를 할퀴고 가고서 치솟은 가을 채소값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 지는 일이 자주 발생되고 있다. 장마철 수마의 준동을 막는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벼운 법이니, 도시 농부들도 텃밭에서 흙탕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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