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체나 사업체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마을사업'이 소수 위주로 운영되면서 주민간 갈등만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협동조합이나 농업회사법인 같은 공동체의 목적 사업을 지원해 주고,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 및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정책이 오히려 마을사업 지원 취지에 맞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00개가 넘는 각종 마을사업 중 해당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비율은 15%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정부는 각종 농업정책 중 마을사업 위주의 지원에 집중해 왔다.
일부 마을단체나 사업체가 사업을 신청할 경우 주민간 불화가 생길 뿐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특혜 시비도 있기 때문에 농업 관련 지원사업은 마을사업이 우선이었다.
정부는 마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별로 마을사업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결과는 대단히 빨랐다.
전국 마을 단위에서는 경쟁적으로 마을사업 발굴에 나섰고, 지자체 역시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각종 마을사업 지원 절차에 적극 동참했다.
이렇게 생겨난 게 이름 앞에 각종 농업생산물들을 붙인 체험휴양마을들인데, 지금도 도로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책 지원 마을이 2,000개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 마을에서 모든 주민들이 한 가지 목적을 위한 마을사업에 동참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전북지역의 경우 고령농이 워낙 많아 '우리 마을에서 무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농촌마을 노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
임실군 O마을 주민 A씨(69)는 "공동 품앗이는 커녕 마을 입구 청소마저 사라질 정도로 협동하는 일이 없어졌는데, 무슨 마을사업이 진행되는 줄 어떻게 알겠느냐"며 "인구 역시 10분의1로 줄어든 지금 외지 귀농인과 마주치면 서로 모른채 하고 지나가는 게 농촌마을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상이 어렇다 보니 마을 특색을 활용해 추진하는 마을사업은 일부 마을사람이나, 또는 외지 사업자가 포함된 형태로 운영되는 게 보통이고, 사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질시와 비난의 목소리가 나머지 주민으로부터 나오는 형국이다.
애초 마을사업의 취지였던 주민 간 실뢰와 연대감은 더욱 찾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민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출발하는 대신 외부의 지원에 의해 시작된 사업의 경우 경제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주민 개개인의 생각과 필요성이 다르고,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의 역량이 달라 지금의 마을사업은 주민 간 불화만 더욱 키운다는 것이다.
농경연 박시현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이 지원하는 마을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이해를 반영하면서도 책임과 보상을 계약으로 규정하는 형태의 공동체에 지원하는 게 좋다"면서 "협동조합이나 회사 법인과 같은 목적 중시형 공동체에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게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황성조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