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강국으로 한국사의 중심에 우뚝 섰던 백제가 상상의 몸짓으로 되살아난다.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김수현)이 제26회 정기공연으로 창작무용 대서사극 ‘가온누리 ᄇᆞᆰ지’를 선보인다. 30일 저녁 7시 30분과 7월 1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김수현 무용단장이 임기 4년 중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정기공연에서는 매창 등 전북의 소재를 이어가는 한편, 동아시아 로마제국이라 불렸음에도 가치와 위상이 조명되지 않은 해상강국이자 세상의 중심 백제를 부각한다.

전북도민들이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자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때문에 중심을 가리키는 ‘가온누리’와 땅을 일컫는 ‘ᄇᆞᆰ지’을 더한 ‘가온누리 ᄇᆞᆰ지’를 제목으로 정했다.

연출과 안무에 나선 김수현 단장은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유네스코에 등재됐을 때 백제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유적 말고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새로 쓰는 백제사>라는 책을 추천 받았고, 백제의 가능성을 한 번쯤 새롭게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마지막 정기공연인 만큼 대작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계기를 전했다.

방향은 잡았지만 자료가 없다시피 한 상황, 모든 게 도전이었다. 일단 무용단은 자료조사부터 대본, 연출, 안무까지 전 과정을 소화했다. 자료조사의 경우 나종우 전주문화원장,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 같은 지역인사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논문, 서적, 온라인 자료를 수없이 뒤적였다. 단원 중 이은하 박현희 씨도 참여해 자료를 찾고 생각을 보탰다.

그 결과 백제의 삶과 정신을 금동대향로와 칠지도를 비롯한 역사, 향토 춤, 구전 설화, 토속 신앙으로 전하고 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장치를 설치한다. 지난 정기공연들과 달리 서사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를 무용언어로 재해석하기 위해 협력안무 체제를 도입했다. 중앙에서조차 생소한 협력안무는 춤의 완성도와 참신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김윤수(김윤수무용단 대표) 씨가 맡았다. 한 명, 한 명이 백제인으로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증에 상상력과 추상성을 불어넣은 다음 장중하고 절도 있게 표현한다. 특히 남성군무가 중심을 이루며 힘을 더한다.

김 협력안무는 “군사력과 정치력을 토대로 외교에서 우위를 가졌던 백제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고 왕의 시점에서 그 당시 면면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학자이자 고대 백제 왕(오대원 역)은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중심을 잡고 칠산바다를 호령하고 관장하는 토착신 계양할미(박현희)와 백제와 고구려를 세운 소서노(임주희)는 서사적 구조를 유지한다. 이들을 포함, 70여명이 무대에 선다.

오대원 단원은 “전북도립국악원이 백제를 올린다는 의미가 크다. 지역작품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악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오악선의 률’, 이탈막과 흡입막을 활용한 빠른 장면전환, 레이저와 조명의 강렬한 색채도 극적 효과를 더한다.

무료. 063-290-5531./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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