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애환을 창극으로 만나본다.

전남도립국악단(예술감독 유장영)이 28일 저녁 7시 30분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시대창극 ‘흐엉의 희망일기’를 올리는 것.

국립무형유산원이 작년부터 진행 중인 ‘문화가 있는 날 협업교류공연’으로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전북, 전남, 제주 공연기관의 완성도 있는 대표작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두 번째 순서인 전남도립국악단은 지난해 국악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시대창극을 펼친다. 시대창극은 미래에 전통을 전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담아야 한다는 국악단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과거 시점을 전통적인 요소로 풀어내는 여느 창극과 달리, 오늘날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다채로운 것들로 구현한다.

‘흐엉의 희망일기’는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주민 여성들과 다문화가정에 주목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조국을 떠났지만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치는 그네들의 삶을 현실감 있는 내용과 폭 넓은 음악 및 안무로 전한다.

꿈 많고 재주 많은 베트남 어부의 딸 흐엉은 어려운 집안사정을 고려, 국제결혼을 고민하게 되고 무안의 노총각 삼식은 동네친구의 베트남 아내를 보고 자극받는다. 지인 소개로 만난 흐엉과 삼식은 결혼에 골인하지만 한국에 온 흐엉을 기다리는 건 유별한 시집살이와 고된 농사일이다.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재기의 기회도 찾아오는데.

동경과 원망이 공존하는 나라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택한 주인공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아내이자 어머니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미래세대 한 축이 될 이주여성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음악은 새롭고 다양하다. 현대극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창극 음계로는 한계가 있어 다양하게 조를 바꾼다. 작곡가 송광식이 컴퓨터 작곡과 음악디렉팅을 맡는 등 현대를 덧입혀 40여개의 창작곡을 완성했다.

베트남인 레 화이 프엉(Le Hoai Phuong)이 특별출연해 전통 현악기인 단보우를 연주, 베트남 특유의 느낌을 자아낸다. 베트남 현지와 전남을 오가며 촬영한 영상도 마찬가지.

각색, 연출, 작곡을 맡은 유장영 국악단 예술감독은 “2015년 부임 후 다양한 기관에서 축적한 역량을 쏟아내려 노력했고 전남도립국악단만의 특성을 부각하기 위해 시대창극을 고안했다. 결혼 이주여성 중 중국 다음으로 많은 베트남 이주여성을 작품화했으며 올해는 졸혼, 황혼이혼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고 계기를 전했다.

이어 “초연 때보다 출연진들의 역량이 좋아졌다. 더욱 좋은 무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면서 “전주시민들이 공감했으면 좋겠고 자극과 도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무형유산원 협력공연은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창극 ‘놀보는 오장칠보’(7월 26일),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국악콘서트 ‘가을을 여는 락’(8월 30일), 광주광역시립창극단의 ‘가경’(9월 27일),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진도소리(10월 25일)’ 순으로 이어진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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