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조선선비 일광 정시해 의사

오피니언l승인2017.06.20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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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상(전북문화재연구원 고문, 전북대 초빙교수)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나라와 역사를 생각하며 목숨바쳐 나라를 지킨 선열들께 감사하는 달이다. 첫날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임진왜란, 구한말 등 국난을 당할 때마다 목숨 걸고 앞장선 위인들은 늘 의병이었다. 지식인의 헌신, 가진 자의 책무를 실천한 자랑스런 한국사의 한 장면이 바로 의병사이다. 그러나 나라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의병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당하지 못했고, 보훈은 정의롭지 못했다. 불의한 권력자가 의병들을 핍박하고 심지어는 누명을 씌워 죽인 것이 임진왜란 이후 논공행상이었다. 반민족행위자 친일부역세력이 독립운동 선열들을 죽이고 욕보인 현대사의 슬픈 반복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의한 것들에게 권력을 쥐어준 역사의 실패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라는 지시를 하여 왜곡된 역사바로잡기가 역사학계 또 하나의 논쟁거리다.

나라가 망했는데 어찌 백성이 미치지 않으랴?
   6월 11일은 1906년 ‘병오창의’ 의병장 일광(一狂) 정시해(鄭時海, 1874~1906 ) 의사 순국일이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려 충효를 다한 아름다운 조선선비 일광 정시해는 33세로 순국하였다. 짧고 굵게 살았지만 역사 속에 길이 살아 남았다. 진주정씨 정시해의 자는 낙언(樂彦), 호는 일광(一狂)이다. 고창 성송(당시 무장현)출신으로 부친은 정종택(鄭鍾澤), 모친은 거창신씨(居昌愼氏)이다. 송사 기우만과 면암 최익현의 학맥을 이었다. 정 의사는 양친 상에 6년을 시묘하며 효행을 실천하였다. 병오창의시 스승인 면암 최익현 의병대의 소모장 겸 중군장(召募將兼中軍將)을 맡아 거사모의, 의병모집을 담당하여 호영남을 미친듯이 누볐고, 태인출병이후 전투시에는 중군장을 맡아 일본군과 교전하다가 순창전투에서 총탄에 맞아 전사하였다. 유림들은 광복이후 정의사의 행적을 ‘충효양전(忠孝兩全)’의 사표라 규정하고 충효비를 세우고 추모제를 모셨다.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묘소는 고향 안산에 모셨다가, 대전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제307호 유택으로 옮겨 모셨다. 정시해는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에 국권을 침탈당하자 나라 잃은 미치광이 백성(실국광민 ; 失國狂民)이라 통탄하며 의병을 결심한다. 일광자호기(一狂自號記)라는 처절한 오언절구 한시를 짓고 스스로 미치광이 선비, 일광이라 호를 붙였다. “임금이 치욕을 당하였으니 신하된 자 죽어 마땅하련만, 이 내몸은 어찌 해야 하느뇨? 목 놓아 외쳐보고 통곡하나니 이 어찌 미치광이라 하지 않으랴?(主辱臣當死 從何輸此身 放歌歌又哭 疑是一狂人)”

 의병이여 깨어 일어나라
  정시해 의사의 기개와 의로운 충절에 대해 면암 최익현은 일광창의시를 지어 격려했고, 일본군에 끌려가서 단식항거하다 순국한 대마도 옥중에서도 일광의사를 기리는 추모시를 남겼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의 국치를 당하자 자결순국하여 나라에 의로운 선비가 살았음을 보여준 매천 황현은 조문시를 지어 정시해를 기렸다. 정시해, 최익현, 황현... 대의를 위해 목숨을 풀잎처럼 던진 아름다운 조선선비다. 배운 자의 책무, 지도자의 본분을 다한 위인이다. 이 의인들이 역사 속에 살아서 우리의 민족혼을 깨우기에 그래도 한국사가 읽을 맛이 난다.
  보훈을 잘못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우리들의 나라가 되는 첫걸음은 대한민국을 만든 뿌리인 의병사,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쓰는 일이다. 식민사학의 그늘이 너무 짙어서 아직도 독립운동사 연구자들이 근현대사 연구마당에 발붙이기도 힘들다는 푸념을 들어야 하는 여전히 서글픈 오늘이다. 독립운동가 역사학자 박은식은 “나라는 비록 망했지만 국혼이 소멸하지 않으면 부활이 가능하다. 국혼은 역사다.” “의병 정신은 반만년 역사에서 저절로 우러나온 민족정신이다.”고 갈파하였다. 의병정신의 복원과 역사광복이 여전히 시급한 민족사의 급한 불이다. 광복 7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뿌리 깊은 식민사관을 온전히 청산하지 못하였다. 체계적 연구나 평가도 없는 의병사와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살려내는 일이 민족사의 급선무이다. 호국보훈의 달에 새겨야할 국정과제 제1호이다. 다시는 불의한 권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선거의병이 되어 눈을 부릅뜨고 가짜 애국자, 거짓 지도자를 가려내야 한다. 우리 모두 역사광복의 의병이 되어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자랑스런 한국사를 다시 써 보자. 다시는 역사가 뒤틀리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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