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60-70년대 개발연대 때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전 국토를 고르게 개발하는 것은 무리였다. 따라서 수도권과 동남권 즉 영남 지방을 개발축으로 삼아 이곳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했다. 이런 데서 출발한 게 바로 수도권 집중이다. 돈과 사람, 권력, 문화, 교육 등이 모두 서울을 비롯한 인천과 경기도 지방에 쏠리는 현상이다. 수도권의 면적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산다. 
  그래서 나온 말이 서울공화국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단순히 대한민국 최대 도시가 아니라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었다”고 그의 저서에서 썼다. 그래서 흔히 하는 비유로 서울은 영양과잉으로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는 반면 여타 지방은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에 지역균형발전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들은 으레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추진 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투자를 억제하고 분산 정책을 구사했지만 결과는 늘 신통치 못했다. 다만 노무현 정부만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시해 전국 10여곳의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극약처방을 했다. 이 덕으로 그나마 권력의 분산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지방자치제 역시 수도권 집중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흔히 한국의 지방자치를 2할 자치라고 부르는데 이는 예산과 권한 면에서 지방정부가 가진 몫이 2할에 불과하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지방 주민들의 심리 역시 ‘망아지는 제주로 보내고 자식은 서울로 보낸다’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강력한 지방분권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선 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고, 그 방안 중 하나로 자치분권 국무회의라 불리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을 약속드렸다”며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내년에 개헌을 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헌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 권력층들은 그간 수도권 집중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박약했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역주행하는 사례도 잦았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방이 차별받지 않고 골고루 잘 사는 사회가 좀 더 앞당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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