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았으나 예수님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나서야 믿게 된 제자 도마를 포착한 카라바조(Le Caravage)의 ‘의심하는 도마’. 과거 화폭에서 영감을 얻은 청년작가가 주목하는 건 믿음이 아닌 ‘존재’다.

김상덕 작가가 14일부터 1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네 번째 개인전 ‘도마의 의심 : 삽입과 분출’을 연다. 인간이라면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존재함에도 존재한다고 믿지 못할 때가 있으며, 의심은 부정적인 상황일 때 극대화된다.

작가도 고통 속 상실을 경험했고 길어지는 의심 속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성경 요한복음 20장 25절과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에서 착안해 얼굴은 없지만 성별은 구별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현했고, 옆구리 상처를 장치로 설정해 버튼이 눌러지는 순간(삽입) 모든 게 분출되는 공식을 더했다.

얼굴도 없이 신체 일부를 누르는 이들은 절망 가운데 트라우마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잘 것 없이 여기는 나 그리고 우리다. 그럼에도 누르다보면 도마처럼 의심을 걷어내지 않을까. 자존감을 회복하지 않을까. 다소 어둡고 텁텁한 화폭이 어둡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원광대 순수미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휘목미술관(부안), 창작문화공간 여인숙(군산), 2016 공동창조공간 nu-e(완주)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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