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고(故) 김흥수 화백(1919~2014)의 대표작 ‘미의 심판’을 비롯한 20여점이 전북대학교 박물관(관장 김성규)에 기탁될 예정이다.

김 화백의 장남 김용환 씨(기증자 유족대표)가 지난 5월 한올재단에 기증한 70여점 외 자신이 가지고 있던 20여점을 기탁할 의사를 밝혔으며, 전북대 측은 이를 받아들이고 세부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기탁작은 20여점이며 대표작 ‘미의 심판’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작품이 호당 400만원을 웃돌고 대표작도 포함돼 전체 가치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의미도 적지 않다. 김 화백의 유작이 해외 경매에 출품되고 별도 전시가 마련되는 등 고인의 예술세계가 재조명되는 시기, 도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적 인지도의 작품을 수탁했다. 명분 있고 시의적절한 기탁은 전북대박물관과 전북 미술계의 위상을 높일 거란 의견이다.

전시와 교육, 연구를 통해 지역 미술계를 활성화하고 지난 2013년 기증된 한국의 세잔 고 승동표 화백의 작품과 함께 북한 출신 작가들의 회화를 여럿 확보해 일관성을 갖는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함경남도 함흥 출생인 김 화백은 함흥고등보통학교 재학시절인 1936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밤의 정물’로 입선 후 1944년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해방 후 서울예고 미술과장 및 서울대 미술대학 강사를 지냈다.

1950년대 떠난 프랑스 파리 유학에서는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화폭으로 서구에 이름을 알리는 등 화가로서 전환점을 맞았다. 1960년대 귀국해서는 과감하고 화려한 화풍으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1977년에는 인물 중심의 구상과 기하학적 도형으로 이뤄진 추상을 대비하는 독특한 조형주의 화풍 ‘하모니즘(Harmonism)’을 선포했으며 이를 잘 보여주는 작업 중 하나가 ‘미의 심판’이다. 프랑스 파리 살롱 도톤상(1982), 금관문화훈장(1999)을 수상했다.

작품이 소실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김흥수미술관을 만들고 관장을 맡았던 김 화백의 부인 장수현 씨가 2012년 세상을 떠나고 2013년 미술관이 매각됨에 따라 소장품들은 한 곳에 맡겨졌지만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에 방치됐다. 이를 안 김 화백 측이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에야 승소, 되찾은 70여점을 2017년 5월 재단법인 한올에 기증했다.

같은 시기 전북대 박물관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김 유족대표가 70점 외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미술품을 관리해 줄 곳을 찾았고, 지인을 통해 전북대 측에 연락을 취한 것.

지난 5월 초 전주를 찾은 김 유족대표는 김 화백의 작품들을 전문적이고 믿음 가는 곳에서 맡아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5월 말 양측이 기탁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운송은 20일 전후 이뤄질 전망이며 전시는 전북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개교기념일 즈음인 9월 중순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품은 미의 심판 외 알려지지 않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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