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도시들의 불빛이 보인다. 우리는 도로, 철도, 전화선들이 그 도시들을 이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도시 내부와 도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회 정치 경제적 상호작용, 즉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의 특징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아낼 수 없다”

미국 스탠퍼드대 윌리엄 뉴섬 교수가 뇌 지도 작성에 관한한 우리의 지식은 비행기에서 창밖을 보는 수준과 비슷하다며 한 말이다. 이 비유에서 보듯 뇌에 대한 우리의 과학적 탐구는 아직 초보수준이다.

뇌 지도는 뇌의 구조와 기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뇌 사진 위에 피질과 혈관 등 각 부분의 위치를 정밀하게 표시한 그림지도다. 이 뇌 지도는 1000억 개에 달하는 뇌세포들이 기능적으로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밝히는 작업이다. 뇌는 무게 1.4kg에 불과하지만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 뉴런이 존재하고 그 뉴런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무려 1000조 개에 이르는 하나의 소우주다. 따라서 뇌의 신비를 푸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다.

뇌 연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그는 인간의 뇌와 마음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가졌다. 그 이후 뇌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많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다만 19세기 초 골상학자들이 사람의 두개골 생김새가 상응하는 뇌조직의 발달 정도를 반영한다는 전제 아래 마음의 기능에 따라 뼈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를 작성하는 정도 였다. 그나마 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최신 영상기술 덕이다. CT와 PET, fMRI 등 뇌를 찍을 수 있는 영상기술들이 선을 보이면서 해부를 하지 않고도 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며칠 전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한국인의 표준 뇌 지도를 완성하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치매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노인 1044명의 뇌 자기공명 영상촬영을 통해 뇌 지도를 작성했다. 뇌도 노화정도에 따라 변형하는데 특히 측두엽과 해마가 위축된다. 이를 정상적인 뇌 지도와 비교 분석한 결과 뇌 상태가 정상인지 질병인지 판별할 수 있었다. 연구단은 이 소프트웨어로 국제 특허를 내는 한편 전국 병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21세기는 뇌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만큼 뇌 연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뇌의 참모습을 규명하면 각종 질병 치료가 가능할뿐더러 인공지능 발달 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국가들이 뇌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연유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서 절대 뒤져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연구단의 성과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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