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단오는 대표 프로그램인 물맞이 시설을 늘리면서 체험 기회를 확대했으나 정체성을 드러내기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단오를 인지할 수 있는 세시풍속과 문화해설은 소규모로 이뤄진 반면 실용품이 대다수인 프리마켓은 예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퇴근 후 방문하는 20~40대 젊은 층의 발길을 끄는 야간 프로그램은 미비했다.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체성이 전제돼야 하고, 독립된 행사로 치러진 지도 10여년이 된 만큼 전주 단오의 나아갈 길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라는 의견이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풍남문화법인이 주관하는 ‘2017 전주단오’가 지난 달 30일과 31일 전주 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단옷날인 첫 날 오전, 덕진공원은 어르신들과 어린이집 아이들로 가득 찼다. 단오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향수와 공간의 이점도 작용했지만, 덕진구 일대 어린이집을 통한 사전홍보도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간판 프로그램인 단오물맞이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창포 족욕 시설은 작년 8개에서 16개로 증가해 만족도가 높았으며 단오시절음식, 단오화장, 단오선, 단오씨름도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단오를 얼마나 이해할 지는 미지수다. 단오 관련 프로그램이 꽤 많았고 일부에는 해설도 곁들었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체 방문객 2만 여명임을 고려하면 회당 5명 내외가 참여하는 체험(물맞이 제외)은 부족한 편이다.

해설의 경우 6명이 4개 부문(음식, 부채, 물맞이, 장명루)을 돌아가며 진행하다보니 충분하지 못했다. 이와는 반대로 프리마켓은 풍성했다. 지난해 30곳보다 증가한 52곳이 참여했는데 부대행사라곤 하나 주요행사를 압도하는 규모인데다 옷, 화장품 등 주제를 벗어난 품목들이 많았다.

한 문화예술인은 “축제라면 성격에 맞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하고 전주 단오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수요에 비해 적고 깊이가 떨어지는 건 개선할 점이다. 프리마켓을 해야한다면 먹을거리 위주면 좋겠다”면서 “단오를 글로 배운 어린이들이나 2,30대들이 생생하게 받아들여서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적어도 1,2시간은 체류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청장년층의 관심은 유도할 수 없었다. 저녁 9시까지 공연을 올리던 전과 달리 7시 40여분까지 이뤄져 퇴근 후 방문하면 즐길 거리가 없어서다. 이는 같은 기간 덕진공원에서 개최하는 뮤지컬 ‘실록을 탐하다’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격이 다른 두 행사를 동시에 허가한 전주시 책임이라는 게 중론이다.

복수의 문화예술인들은 “단오한다고 많이들 오는데 한쪽에서는 막아놓고 유료공연하고 있으니 휙 둘러보고 갈 수밖에 없다. 통로 한 쪽 공연 객석이 자리하다보니 단오 부스 구성도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주 단오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 단오라는 이름을 되찾은 지 10여년이 됐음에도 대중이 인식하지 못하고 색깔도 불분명하다는 것. 비현실적인 예산(7,600만 원)도 거론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단순히 예산을 올려서 부피를 키우기보다는 단오의 옛 명성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단오 관계자는 “족욕 체험을 확대하니 다들 좋아하신다. 다른 체험들도 늘리고 싶지만 지금의 예산으론 어렵다. 해설 내용과 해설사 수를 보강할 계획이고 프리마켓은 말 그대로 부대행사로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답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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