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한국인에 대한 착취의 역사가 담겨있는 ‘나루토여관’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어 실측을 통한 기록 보존과 후세를 위한 교육의 현장으로 존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은 익산역 앞 문화예술의거리(구 영정통 거리)에 100년 가까이 된 일제시대 근대문화유산 ‘나루토여관’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임형택 의원은 나루토여관(鳴門旅館)의 나루토는 일본 시코쿠(四國)의 도쿠시마현(德島縣)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이곳 출신이 이리(현 익산시)에 와서 여관을 열었기 때문에 이같은 여관명을 붙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본채는 일본식 목조 건축물로 평면은 ‘ㄱ’자형이며 2층 규모이고, 2층에는 다다미방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도코노마와 붙박이 벽장(오시이레)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나루토여관은 당시 최고로 번화한 곳인 이리좌 극장 앞에 있었으며 이리좌 극장에서는 일본의 유명 기업가의 강연, 전통극인 가부키와 조루리 공연, 동경소녀가극단공연이 있었다.

또 한국인이 수해복구 시민대회를 개최하거나 소작문제를 위한 토론회, 이리유치원 아동의 추석 음악회,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순회단의 합창음악회 등이 개최됐다. 이리좌는 이리 문화의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 곳이다.

나루토여관(명문여관)은 이후 순천여관, 홍도여관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이 되었고, 최근까지는 주거지로 사용되었다.

전문가들은 일제가 남긴 근대문화유산은 그들이 한국인에 가한 착취와 악랄한 통치의 상징이다. 이러한 유산이 있어야 후세에게 교육할 수 있으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루토여관’은 현재 평화동주거환경개선사업 예정지구에 포함이 되어 LH에서 보상이 완료되었고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익산시는 임형택 의원과 시민들의 요청으로 ‘나루토여관’ 활용에 대해 건축학 전문가에 의뢰해 조사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루토여관은 실측 및 사진촬영 등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된다”며 “기록으로 남겨놓을 경우 필요하다면 다시 복원할 수도 있고, 관련 자료들을 문화예술의 거리에 조성되는 익산근대 박물관에 전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검토 의견서를 내놓았다.

임형택 의원은 “현재로서는 LH가 실측조사를 하여 자료와 활용가능한 자재를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며 “익산시 역사문화재과, 주택과는 즉시 철거를 중단하고 실측조사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익산시도시재생주민협의체 장경호 회장을 비롯 전문가들은 지역의 보배와 같은 소중한 유산이 폐기되지 않도록 즉시 철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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